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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용천역 폭발 참사] 병상 모자라 캐비닛 위에 눕혀

중앙일보

입력

북한은 용천역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미비한 재난구호 체계로 부상자 치료는 물론 이재민 구호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부상자의 경우 응급치료를 요하는 중상자가 많지만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 외에는 거의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복구작업 역시 중장비 부족으로 대부분 인력에 의존하고 있어 원상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부상자 치료=용천역 폭발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6일 현재 161명으로 늘었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러나 부상자 1300여명 중 300명 이상이 중태여서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현지에서 구호작업을 벌이고 있는 유엔 관리는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자 치료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식량난 이후 북한의 의료체계가 사실상 붕괴됐기 때문이다.

25일 신의주 병원을 방문한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지역 책임자 토니 밴버리는 "온몸에 상처를 입은 어린이들이 침상 부족으로 서류 캐비닛 위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다"고 전했다.

신의주 병원의 경우 환자가 360명이나 들어오면서 침상은 물론이고 의약품과 의료장비 부족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다.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어린이며 대부분 중화상을 입어 피부가 검게 탔다. 두 눈을 모두 다쳐 붕대로 감싼 채 누워 있는 아이도 많았다고 한다. 밴버리는 "의료장비가 있어도 전력 부족이나 장비 고장 때문인지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화상 환자 치료에 기본적인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진통제가 태부족이어서 후속 감염 우려도 높아 보였다"고 전했다.

◆ 구호와 복구=국제조사단이 용천역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발표한 1차 보고서에 따르면 용천역 주변의 가옥 1850채가 완파됐다. 주민의 40%인 8000여명이 집을 잃었다. 그나마 모포와 취사도구 등 기본 구호품이 24일부터 이재민들에게 지급됐다. 용천역에서 5㎞ 떨어진 곳에 위치한 북한의 조선적십자회 재해대비센터에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에서 지원받은 누비이불.취사도구.정수제.물통 등 4000가구, 1만6000여명분의 구호품이 비축돼 있기 때문이다.

IFRC 베이징 사무국의 존 스패로 대변인은 "폭발 사고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을 우려했는데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패로 대변인은 "의약품이나 구호물자도 긴급하지만 식수가 오염돼 정수약 7만2000개도 나눠주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용천군재해대책위원회(위원장 장송근)를 구성하고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군을 동원해 긴급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장비가 많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용천역 사고 현장에는 부서진 집에서 가재도구라고 건져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 많았다. 밴버리는 "살림살이가 너무 보잘것없어 마치 1차 세계대전 당시 난민과 같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외신종합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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