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 대선] 페일린 지명하게 만든 기독 보수주의자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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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계자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엑셀에너지 센터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 손을 놓고 있다. [세인트폴 AP=연합뉴스]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가 지난 수주 동안 부통령 후보로 점찍고 있던 인물은 오랜 동료 상원의원인 조셉 리버먼이었다. 그러나 낙태에 찬성하며 2000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까지 지낸 그를 낙점하는 방안이 유력해지자 기독 보수주의자 그룹의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심사숙고하던 매케인은 이들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결국 낙태에 강력히 반대하고, 영향력 있는 사회보수주의자들에게 주목받는 세라 페일린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페일린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지난달 31일 매케인 핵심 자문역의 말을 빌려 이렇게 보도했다.

LA타임스는 미국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유권자 그룹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공화당 조직이 페일린 지명에 환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전당대회장에서 페일린의 4개월 된 막내아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가 다운증후군에 걸린 사실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주저 없이 아이를 낳은 페일린이야말로 말로만 낙태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은 매케인이 “낙태에 찬성한다고 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는 건 아니다”고 말하는 등 정통 보수노선과 다른 태도를 취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았었다.

11월 대선을 2개월여 앞두고 복음주의로 불리는 기독교 보수주의의 영향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후보들을 한자리에 불러놓고 포럼을 연 사람은 새로운 복음주의 흐름을 대표하는 캘리포니아주 새들백 교회의 릭 워런 목사였다. 워런 목사는 오바마와 매케인에게 각각 낙태와 동성애자 간 결혼 등 가치관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을 던졌다.

워싱턴 포스트(WP)도 과거 선거에 비해 후보의 기본적 가치관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선거 쟁점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두 후보 진영도 선거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독 보수주의 조직으론 1949년 창립해 3000여만 명의 회원을 가진 ‘복음주의자 전국연합’과 100명이 넘는 상근 직원을 두고 1990년대 이후 적극 활동해온 ‘기독연합’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북동부를 중심으로 한 엘리트 보수주의에 맞서 남부 지역 백인 노동계층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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