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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장 '㎜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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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유럽 최대 전자 전시회인 ‘IFA 2008’에서 ‘슬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적 TV 업체들이 ‘서브 10(두께 10㎜ 이하)’의 날씬한 제품으로 방문객 눈길 끌기에 일제히 나선 것.

TV 왕국의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일본 소니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2분기에 LCD TV 분야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13%에 그치며 선두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7%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IFA에 시큰둥한 편이던 소니는 이번엔 이례적으로 가장 큰 전시 공간을 잡았다. 여기서 선보인 것이 두께 9.9㎜의 1m2㎝(40인치) LCD TV ‘브라비아 ZX1’다. 튜너를 본체 밖으로 빼서 무선으로 연결하고 보통 화면 뒤에 붙어있는 백라이트유닛(BLU)을 테두리 쪽에 배치,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으로 연내 시판 예정.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력 제품은 두께가 45㎜다.

삼성전자는 두께 9㎜인 1m32㎝(52인치) 제품을 기자와 바이어만 들어갈 수 있는 비공개 지역에 전시했다. 삼성은 25㎜ 두께의 제품을 연내 출시한다.

TV 업계의 슬림 경쟁은 크기·화질에 이어 편의성과 디자인이 대세가 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 120(유럽은 100)㎐ 패널 등 화질 경쟁은 기술이 상향 평준화됐다. 이경식 삼성전자 상무는 “디자인 측면으로 가장 주목받는 포인트는 두께다. 좀 더 얇으면서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느냐에 승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두께 10㎜ 이하의 제품이 필요한지엔 이견이 있다. 전시회에 참석한 강신익 LG전자 부사장은 “ 화질을 손상시키면서까지 두께 경쟁에 나설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 단위의 두께 경쟁은 업체의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자존심 싸움의 성격도 있다. 2005년 무렵 100인치 화면을 둘러싸고 벌어진 ‘더 크게’ 경쟁이 이제는 부피를 줄이는 경쟁으로 옮겨간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자재를 덜 쓴다는 점에서 ‘그린’ ‘자연 친화’ 같은 트렌드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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