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드는 일본 경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 골프 회원권값 다시 꿈틀

14년간 하락을 멈추지 않던 일본 골프장 회원권 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주가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땅값도 주택지를 중심으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회원권 수요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국의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정점이었던 1989년에 비해 대략 2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 그러나 지난해 6월 말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멈춘 회원권 값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 인근 관동(關東)지방의 경우 명문 골프장인 고가네이(小金井)CC가 지난해 6월 3475만엔에서 5050만엔으로, 다카노다이(鷹之台)CC가 1610만엔에서 2050만엔으로 뛴 것을 비롯해 명문 골프장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쿠라(櫻)골프종합연구소 관계자는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주가와 다소간의 시차를 두고 연동해 움직이는 게 관례"라며 "더군다나 법인에 집중되던 매수 주체들도 일반 개인들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어 상당기간 회원권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골프업계에서는 "최근 1~2년간 파산한 골프장을 싼값에 대거 사들여 일본 최대의 골프장 보유사로 부상한 골드먼삭스(110개 보유)와 론스타(64개 보유)의 판단이 정확했던 셈"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 해외여행객 두배로 늘어

일본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꽁꽁 닫혔던 소비자들의 호주머니가 풀리고 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26일 "항공사 예약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이번 골든위크 기간(5월 1~5일)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의 수는 48만5000명으로 지난해의 2.1배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JTB 관계자는 "연휴가 짧게는 5일간, 직장에 따라서는 9일간으로 지난해에 비해 골든위크 기간이 길어진 데다 체감경기가 확연히 좋아져 해외 여행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여행 비용은 지난해에 비해 10% 증가한 9519억엔이 될 전망이다. 특히 여행지가 지난해까지 아시아 지역에 집중됐으나 올해는 유럽.미국 등이 늘어난 점도 특이한 현상이다.

주가가 폭락하고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지난해 골든위크의 경우 '싸고, 가깝고, 짧게' 가던 것이 올해는 '비싸고, 멀고, 길게'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국내 여행도 비교적 먼 거리인 홋카이도(北海道).오키나와(沖繩)를 찾는 여행객이 50% 이상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40%가량 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