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일본교토국제성악콩쿠르-오페라본고장 등용문 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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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소프라노 홍혜경.신영옥.권해선.조수미,바리톤 김동규,베이스 양희준.연광철 등 한국출신 성악가들이 세계유수의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가수로 활동중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는 「성악한국」의 명성에 어울리는 국제규모의 성악콩쿠르는 하나도 없다 .
국내수준에 비춰볼 때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성악콩쿠르에 충분히도전해볼만한 자질을 갖고 있어도 참가비에다 왕복항공료를 포함하면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너무 커 엄두를 못내고 있는 형편.
그러나 조만간 서울에서도 국제성악콩쿠르가 개최돼 국내성악도들이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게 되지 않을까.크게 아쉬운 것은 국제성악역량에서 상대적으로 뒤지는 일본이 이 면에서 선수를 친 점이다. 오는 11월12일부터 3일간 일본 교토(京都)콘서트홀에서 개최되는 제1회 교토 국제성악콩쿠르는 일본마주(馬主)협회연합회가 1억5천만엔을 후원해 마련한 것으로 내년 1월12일부터열리는 제3회 부다페스트국제성악콩쿠르의 아시아지역 예 선을 겸하고 있다.교토 국제성악콩쿠르 사무국측은 예선참가자들에게 10만엔의 경비에다 반주자를 무료로 제공하며 입상자 전원에게 해외연수보조비 50만엔씩을 지급할 예정.
우승자에게는 1백만엔의 상금이 수여되며 입상자 전원이 부다페스트국제성악콩쿠르 준결승에 출전할 수 있다.또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은 경우 콩쿠르 입상과 관계없이 이탈리아 베로나오페라,헝가리 국립오페라단 공연에 주역가수로 출연할 수 있 는 자격이 부여된다.
2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베로나오페라극장은 「오페라하우스」로서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며 매년 7월부터 두달간 2백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다.

<본지 95년 8월20일자 보도> 한편 1백5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헝가리국립오페라단은 구스타프 말러,아르투르 니키쉬,오토 클렘페러 등이 음악감독을 거쳐간 유럽오페라의 명문.
교토국제콩쿠르의 특징은 학연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해 오페라연출가.음악평론가들이 심사를 맡는다는 것.또 입상자를 배출하는데만 그치는 대부분의 콩쿠르와는 달리 극장경험을 중시,입상과 동시에 오페라단 주역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따라서 본선에서는 내년 공연될 베르디의 오페라 『팔슈타프』전곡중 심사위원이 지정한 아리아를 부르도록 돼 있다.신청마감 8월20일.문의 일본 (075)241-5988.
11월15일 시상식에 이어 체칠리아 가스디아(36.제1회 마리아 칼라스국제콩쿠르 우승자),루게로 라이몬디(55.스폴레토 국제콩쿠르 우승자)등 객원심사위원과 입상자들이 도쿄.교토.오사카에서 토스티 탄생 1백50주년 기념 콘서트에 출 연한다.
이번 콩쿠르는 지난 93년 출범한 일본의 신예 매니지먼트사 「보이스 팩토리」에서 기업과 예술가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것.지난 6일 이번 콩쿠르의 홍보를 위해 내한한 와지마 토타로(輪嶋東太郎.33)대표는『이번 콩쿠르는 급속 한 경제성장으로 세워진 일본 각지의 콘서트홀의 활용도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한국기업에서 후원을 나설 경우 이번 콩쿠르를98년부터 교토와 서울에서 번갈아 가면서 개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원래「경쟁」「모집」이라는 뜻의 콩쿠르(concours)는 오페라단 주역가수 오디션으로 출발했으나 최근 국제콩쿠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상금만 수여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테너 임웅균(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교수는 『만토바.
비오티.베르디 국제성악콩쿠르에 입상하고도 매니지먼트가 뒷받침되지 않아 오페라단에 입단하려면 다시 오디션에 응모할 수밖에 없어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며 『부다페스트 콩쿠르 아시아지 역 예선을 처음부터 서울에 유치하지 못한 게 아쉽다.교토콩쿠르는 원래 목적인 매니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점에서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콩쿠르』라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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