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카리브해의 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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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영국의 여류작가 샬럿 브론티의 『제인 에어』는 여러번 영화화됐다. 44년 로버트 스티븐슨이 오슨 웰스와 조앤 폰테인을 에드워드 로체스터와 제인 에어로 캐스팅한 이래 71년 조지 C 스콧과 수재너 요크가 델버트 맨 작품에,95년 윌리엄 허트와 샬럿 갱스부르가 프랑코 제피렐리의 『제인 에어』(시네마 트)에서 명작의 주인공으로 분했다.
제인 에어가 바람처럼 떠났다가 돌아오곤 하던 주인 로체스터와결혼식을 올리려는 순간 한 사나이가 나타나 로체스터에게 미친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로체스터의 첫번째 아내는 어떤 여자였고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미친 것일까.
영국의 현대 여류작가 진 라이스는 바로 이 여인을 『드넓은 사르가소 바다』라는 소설을 통해 구현해냈고 『사이렌스』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호주 감독 존 듀이건이 영화로 옮긴 것이 『카리브해의 정사』(원제:Wide Sargasso S ea.드림박스)다. 1844년 노예 해방으로 자메이카에서 거대한 농장을 경영하던 안트와네트(카리나 롬바드)의 집안은 몰락한다.미모의 어머니(레이첼 워드)는 영국 부호(마이클 요크)와 재혼해 농장을 지키려 하나 일꾼들의 반란으로 저택이 불타면서 아들이 죽자미치고 만다.
어머니를 버리고 영국으로 떠났던 의부가 죽으면서 안트와네트에게 막대한 재산 상속 조건으로 로체스터(너새니얼 파커)와의 결혼을 내세운다.안트와네트와 로체스터는 서로의 육체에 끌려 행복한 신혼을 보내지만 안트와네트의 어머니에 대한 비 밀이 밝혀지면서 로체스터는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부친의 문란한 행동으로 인한 복잡한 가계와 충격적 사건 속에서 성장한 매력적인 여인이 자메이카의 뜨거운 태양과 신비한 이국 정서를 견디지 못한 영국인 남편과의 불화로 미쳐가는 과정이끈끈하게 묘사된다.
『제인 에어』가 뜨거운 열정을 안으로 삭여야 했던 어두운 과거를 가진 이들의 이야기라면 『카리브해의 정사』는 뜨거운 열정때문에 어두운 과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그린다.
(비디오평론가)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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