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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꿈 이룬 오늘, 오! 해피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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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해피뮤지컬스쿨’ 1기생 17명이 졸업작품을 지도한 정태영씨(맨 앞줄 왼쪽에서 셋째)와 김유정씨(맨 뒷줄 오른쪽)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는 스타가 될 거야~ 안 될 게 없어~” 뮤지컬 ‘페임(Fame)’의 한 소절을 노래하는 청소년들의 눈빛이 진지하다. 31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서울예술종합학교 창조관 지하 공연장 ‘싹 아트센터’에서 17명이 어울려 몸동작과 노래를 맞춰보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에게 무료로 뮤지컬을 가르치는 ‘해피뮤지컬스쿨’ 1기생인 이들은 1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초연할 창작뮤지컬 ‘오 해피데이’(연출·구성 정태영)의 마지막 리허설을 하는 중이다.

해피뮤지컬스쿨은 지난해 8월 출범한 예술교육지원센터(이사장 설도윤·02-514-0866)가 꿈과 끼는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뮤지컬을 배우지 못하는 청소년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월 지원자 300명 가운데 1차로 120명을 뽑아 예비교육을 실시한 뒤 최종 20명을 선발해 12주간(주 2회) 강의했다. 원미솔 음악감독, 곽예진 안무가, 이종기 연출가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보수를 받지 않고 ‘재능 기부’ 형태로 지도했다. SK텔레콤·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남경주·전수경·김선영·배해선씨 등 뮤지컬 배우들이 후원했다.

수강생 중에는 보육원·결손가정 출신 또는 수녀원에서 사는 청소년도 있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지만 뮤지컬을 본 적도 없는 아이도 많았다. 스쿨에 들어와서 뮤지컬 ‘캣츠’ ‘그리스’ 등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교육 초기엔 쭈뼛쭈뼛 주눅 든 모습이었지만 점차 활기를 찾았다. 동두천·안산·부천 등에 사는 청소년들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들도 결석 한 번 않고 대학로에 있는 연습실로 나왔다. 이런 열성으로 마지막까지 남은 17명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졸업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아버지와 따로 살고 있는 허수연(19)양은 “아빠가 ‘네 주제에 무슨 뮤지컬이냐’ 했지만, 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며 “스타가 되려는 게 아니라 가족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 송지혜(18)양도 “평소 나와 다른 모습을 연기하는 게 즐겁다”며 “앞으로 훌륭한 뮤지컬 배우가 돼 어려운 후배를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졸업 작품을 지도한 연출가 정태영씨는 “12주간 자신감에 넘치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에 깜짝 놀랐다”며 “이들이 꿈꾸는 뮤지컬이란 세계에 몸 담은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갖게 해줘 오히려 고맙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1일 개막하는 단 한 번의 무대는 그동안 후원인 자격으로 특강을 했던 배우들과 뮤지컬 기획자, 가족도 함께 관람할 예정이다. 예술교육지원센터 측은 “2기생도 1차 오디션을 거쳐 선발하고 있다”며 “앞으로 음악·미술 등 분야를 확대해 무료 교육 혜택을 늘려갈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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