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법 시행 새 상품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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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다음달부터 새로운 펀드 상품이 쏟아진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의 시행에 따라 부동산.원자재.환율.영화 등 온갖 것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금융회사들이 본격적인 상품 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새로운 투자 대상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실물 자산이나 장외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가격 변동이 심할 수 있는 만큼 투자 결정에 앞서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양해지는 투자 대상=금융회사들은 우선 현물을 직접 사는 투자보다 가격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를 계획 중이다. 또 ELS 펀드처럼 펀드 자금 대부분을 채권 등에 투자해 원금 보존을 추구하는 상품이 많다. 초기 단계인 만큼 투자 위험성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대투증권의 '금연동 펀드'는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펀드 자산의 95% 이상을 국내 채권에, 나머지를 금 가격에 연계된 워런트(warrant)에 투자한다. 원금 보전형이면서 최고 연 14~15%의 수익을 목표로 한다.

동양종금증권은 홍콩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32개 종목으로 구성된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에 연동해 수익률이 정해진다. 펀드 자산의 대부분은 국공채.은행채 등에 투자된다. 최고 예상 수익률은 연 13.5%. 동양종금 관계자는 "원화로 수익이 지급되기 때문에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한투증권과 푸르덴셜자산운용은 환율 연계 펀드를 준비 중이다.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이 나오는 상품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지수에 연계해 투자하는 펀드들도 있다. 동양종금증권.푸르덴셜자산운용.삼성투신 등이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24개의 1차 상품들로 구성된 골드먼 삭스 가격지수(GSCI)의 등락과 연계하거나 로이터의 국제원자재 가격지수(CRB)의 등락과 연계해 수익을 추구한다.

일부 회사는 부동산 펀드도 준비 중이다.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 사업에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추구하는 식이다. LG투자증권 관계자는 "중국의 주요 도시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도 검토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영화 펀드'도 나온다. KTB자산운용이 5월 초 판매할 '엔터테인먼트펀드(가칭)'가 그 중 하나다. 펀드 자산의 절반은 영화산업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주식에 투자할 예정이다. KTB 측은 특히 시나리오 검토 등 기획 단계부터 참여할 계획이다. 펀드는 500억원 규모로 연 8% 수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적용되는 법은 다르지만 대우증권의 '선박펀드'도 새로운 펀드 유형으로 꼽힐 수 있다. 개인 투자자금을 모아 선박을 매입하고, 이를 해운업체에 임대해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형태다. 선박펀드는 다른 실물펀드와 달리 고정 배당을 실시한다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 3월 말 판매된 첫 번째 선박펀드인 '동북아 1호'엔 1300억원이 몰려 8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이 펀드는 7년간 연 6.5%의 고정배당을 한다. 대우증권은 10개 정도의 선박펀드를 올해 안에 더 내놓을 예정이다.

◇이런 점에 유의해야=부동산이나 국제 원자재는 가격 변동이 작지 않다. 이들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라면 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올해 초와 같은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심할 경우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폭락할 경우에는 수익률이 형편 없어질 수도 있다.

대투증권 이상훈 차장은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투자 대상인 실물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어떤지를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며 "펀드 판매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투자자 자신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 구조의 안정성도 짚어봐야 한다. 예컨대 워런트 등 장외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경우 워런트 발행 기관의 신용도가 충분한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 원금 손실과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떤 안전장치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실물펀드는 펀드 운용사의 운용 능력 역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해외 부동산 시장의 수익성이 아무리 좋아도 운용사가 전문 지식이 없으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없다.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경우 만기가 됐을 때 투자자금을 100% 회수할 수 있는지는 중요한 결정 요소다.

모든 펀드가 그렇듯 중도환매 때 상당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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