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국제개발처 쌀 북한지원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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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유엔과 별도로 대북 지원과 관련된 보고서를 최근 작성했다.보고서 작성자는 USAID가 외부전문가로 고용,지난 4월20일부터 5월4일까지 북한의 홍수 피해지역으로 특파했던 수 라우츠.
특파 목적은 피해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지난 2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미국이 지원한 2백만달러(약15억6천만원)의 지원금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USAID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식량배급=북한은 국내 정치적 이유로 인해 도심지역 피해주민들에게 집단농장 소속 주민들보다 배급 혜택을 더 주고 있으며 이는 미국정부의 원조 의도와는 다른 것이다.WFP가 안고 있는최대 고민도 식량 배급체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지원식량이 가도록 하는 것이다.
올들어 매달 배급되는 식량은 줄어들고 있다.
〈표 참조〉 ◇식량수입=홍수피해 이후 북한은 중국의 동북 3성(吉林.遼寧.黑龍江省)과 물물교환 방식으로 매달 1만2천 상당의 밀가루와 옥수수를 수입했다.북한과 교역하는 이들은 식량확보만 가능하다면 교역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다.주체사상을 앞세워 피해 지역들이 제각기 식량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
◇WFP와의 협조=피해 초기 북한당국은 국제 사회의 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부처간 갈등속에 WFP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곤 했다.또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이결과 WFP의 활동에 비협조적이었다.그러나 현재 이 문제는 상당히 해소됐다.
◇지원식량의 군량미 전용=지원식량이 북한 군부에 전용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북한 군용차량이 식량이동에 동원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유류부족으로 일반차량의 활용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북측의 「큰물 피해 대책위원회」는 더 이상 군용차량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외부의 유류 지원이 없다면 군용차량의 부분적 동원은 불가피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군용 비축식량 방출을 주장하고 있으나 군이 굶주릴경우 사회통제가 어려워져 더 큰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난민 이동 가능성=식량 부족으로 인한 난민 이동 가능성은 없다.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국가에 의존하고 있으며 북한 군부가굶주리지 않는다면 체면을 중시하는 북한 주민들의 대량 탈출 가능성은 낮다.
◇식량 이외 물품의 지원=국제사회는 북한의 피해주민을 위해 식량 외에 의료품등 물품 지원을 시도하고 있으나 북한 당국은 기왕이면 식량 위주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이 때문에 WFP측과북한 당국간,또 북한 관계 부처간 갈등이 빚어졌 다.또 미국의해외재난지원실(OFDA)이 식량 이외의 물품을 지원하려 한다면이를 배급할 적절한 창구가 북한엔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식량배급 확인=미국이 대북한 추가 지원을 결정할 경우피해 지역 및 대상을 정하고 배급 실체를 확인할 요원들을 추가파견해 상주시킬 필요가 있다.
또 미국내 비정부기구(NGO)와 자원봉사기관이 WFP와 협조,북한에 상주토록 북한 당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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