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4년을 달려 온 '보는 클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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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클래식(고전음악)을 저렇게 망가뜨리다니…."

2000년 7월 KBS KOREA(위성)의 '클래식 오디세이'(일요일 오전 9시)가 방송을 시작한 뒤 일부 클래식 매니어층에서 터져 나온 불만이다. '보는 클래식'을 표방한 이 프로그램은 거장들을 불러내 뮤직비디오를 찍는가 하면, 음악과 애니메니션을 결합했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점잖게 '듣는' 클래식에 익숙한 팬들에게 낯설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양상은 변했다. "연주자의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신선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스타일 구긴다며 출연을 꺼려하던 연주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희망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 속에 다음달이면 방송 200회를 맞는다. 순수 문화예술 프로가 태부족한 현실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어려운 세월을 지나왔지요. 새로 길을 내야했으니까요. 그러나 이젠 많은 분이 격려해주셔서 힘이 납니다. 유일한 클래식 전문 방송으로서 책임감을 느껴요. 앞으로 기록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프로그램 태동 때부터 현재까지 연출을 맡고 있는 민승식 PD의 말이다.

지난 4년간 조수미.백건우.장영주를 비롯해 르네 플레밍.브린 터펠. 피터 비스펠베이. 사라 브라이트먼. 이무지치 실내악단 등 수많은 정상급 연주가가 거쳐갔다. 백건우.장영주 등은 아홉 대의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뮤직비디오 촬영을 무난히 해내 "역시 프로"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젠 외국 연주자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출연 섭외 전화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성악가 조수미씨는 "고국에 올 때마다 가장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잔치에 특집이 빠질 수 없다. 다음달 7일 KBS홀에서 KBS 교향악단의 특별 연주회가 열린다. 글린카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비롯해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등 명곡이 팬들을 찾아간다. '클래식 파라디소(클래식 천국)'라는 제목을 단 이날 특별 공연은 다음달 16일 방송된다.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앙케트도 실시했는데 '명예의 전당'에 오를 연주자를 고르는 질문에선 장영주.조수미.임동혁.백건우 등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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