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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20만 년 에너지원 생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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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 10면

“입자 가속기 기술을 활용하면 원자력 발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또 수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뇌암·췌장암·전립선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CERN 캄포레시 박사가 말하는 ‘가속기의 효용성’

한국을 방문한 티지아노 캄포레시(50·사진) 박사는 입자 가속기가 기초과학뿐 아니라 산업·의료 등의 발전에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ERN의 비회원국 섭외 책임자인 그는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출신으로 1988년부터 CERN 연구원으로 일해 왔다. 네 번째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교육과학기술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한국 입자물리학자의 CERN 설비 활용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했다.

-강입자가속기(LHC)가 왜 필요한가.
“LHC는 기존 가속기보다 7배 이상 큰 에너지를 사용한다. 큰 에너지를 사용할수록 물질의 내부 구조를 더 미세하게 관찰하는 게 가능해진다. 물질의 근원이 무엇인지, 질량이 왜 존재하는지 등 아직 풀지 못한 물리학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연구가 왜 필요한가.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빅뱅 이후 우주의 팽창 속도는 질량과 관계된 문제다. 우리가 우주 관측을 통해 파악한 질량은 실존하는 것의 27%에 불과하다. 우주 팽창을 설명하는 데 있어 나머지 질량의 존재를 밝혀내는 게 필요하다. 빅뱅 직후 100만 분의 1초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면 우주 질량 형성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만 가속기를 쓰기엔 너무 비싼 것 아닌가.
“가속기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산업 활용도도 크다. 카를로 루비아(이탈리아 출신으로 198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교수는 원자력 발전의 신개념인 ‘에너지 앰플리파이어’ 원리를 내놨다. 안정된 원소인 토륨(Th)을 원료로 쓰는 이 발전 기술을 실현하려면 발전소 가동을 제어하는 스위치 역할을 할 가속기가 필요하다. 토륨은 원자력 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이나 플루토늄보다 매장량이 훨씬 많으며, 기존 원자력 발전보다 100배의 효율을 올릴 수 있다. 지구상 존재하는 토륨만으로 인류가 20만 년 이상 쓸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토륨 발전 후 나오는 폐기물의 반감기는 수백 년에 불과해 원자력 발전의 골칫거리인 방사성 폐기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핵무기 원료인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 걱정도 없어진다.”

-CERN의 보유 기술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CERN은 상용화를 목적으로 한 기술 개발은 안 한다. 하지만 기초과학 연구가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된다. CERN이 가속기에 쓰이는 초전도체를 개발한 덕분에 자기부상열차가 만들어졌다. 소립자 검출 기술을 토대로 암을 정밀 진단할 수 있는 양전자단층촬영장치(PET)가 개발됐고, 가속기 기술을 활용해 암 치료 기기도 개발되고 있다.”

-CERN의 비회원국인 한국이 옵서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LHC 같이 새로운 설비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경비로 5000만~2억 달러를 내면 된다.”

-한국과 옵서버 지위를 지닌 일본을 비교한다면.
“일본의 CERN 출연액은 한국의 100배 정도고, CERN 설비 활용도도 한국의 10배가량 된다. 현재 한국은 연간 15억원 정도를 내고 CERN 시설을 사용하고 있는데 20억원가량을 추가로 내면 10명이 CERN 지부에 상주하면서 연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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