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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통폐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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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새 정부 출범 6개월, 공공기관 통폐합 논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미디어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26일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3개 영상콘텐트 진흥기구는 통합이 확정됐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한국게임산업진흥원의 통합이다.

또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한국정보보호진흥원·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도 방송통신진흥원(가칭)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됐다.

언론지원 유관기관들의 통폐합 논의도 활발하다. 다음 달 5일 언론학회 주최로 열리는 ‘신문산업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는 언론재단·신문발전위원회·지역신문발전위원회·신문유통원 등 4개 기구의 통폐합 문제가 본격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구의 통폐합은 업무효율화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가령 문화부 산하 영상콘텐트 진흥기구 통합은 매체·장르융합 환경 속에 시급한 과제라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당사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통합을 위한 통합’은 곤란하다며 맞서고 있다.

콘텐트산업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단순히 산하기관 통합을 넘어 정부 부처 간 업무 조정과 일원화도 시급한 과제다. 문화부가 방송영상 진흥 업무를 추진하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신설한 방송통신기본법에 ‘방송콘텐트 진흥’을 명기하면서, 앞으로 방송 영역을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는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있다.

기구 통폐합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있다. 가령 언론재단은, 지난 정부의 코드인사로 분류된 박래부 이사장의 사퇴 거부가 재단의 존폐 문제와 연결되고 있다며 노조가 나서서 이사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왜 여지없이 언론계 통폐합 논의가 고개 드느냐라는 점이다. 방송의 공·민영 논쟁이나 구조개편론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통폐합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반드시 필요한 조직만을 만들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디어 정책을 펴왔다면,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당사자들의 개인적 피해를 동반하는 통폐합이나 구조개편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미디어산업에 대한 단견, 또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책집행의 결과가 오늘 미디어업계의 난맥상을 가져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