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오존 경보 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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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가이아」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땅의 여신」의 이름이다.가이아는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와 결합해 아들 딸 6명씩 12명의 자손을 낳고,이들이 그리스신화 최초의 신족(神族)이 된다.그리스신화에서는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결합을 물질 적 실재성의의미로 파악하며,그로써 생성중인 우주의 동일성이 유지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았다.
신화에 담긴 그같은 의미에 착안해 지난 72년 지구를 하나의생물체로 정의한 「가이아 이론」을 내놓은 사람이 영국의 대기과학자 제임스 러블록이다.지구를 생물과 무생물로 구성된 초유기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에서는 지구가 자기조절기 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예컨대 온도조절기의 스위치가 자동으로 작동돼 실내온도를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게 하는 자동온도조절기와 똑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관점에서는 다른 모든 생물체와 마찬가지로 지구도 여러가지 질병을 앓도록 돼있다.지구가불치의 병에 걸려 죽게되면 당연히 그 위에 사는 인간의 운명도똑같다.러블록은 지구의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새로운 학문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것을 「지구의학」이라 불렀다.문제는 지구의 질병이 모두 인간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오존층 파괴,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온상승과 산성비 오염,열대지방의 산림생태계 파괴….
그 가운데서도 오존층 파괴는 지구 멸망의 위기감을 가중시킨다.그 주범은 염화불화탄소(CFC)와 메탄가스인데 CFC 사용은전면금지됐지만 메탄가스의 과도한 방출은 막기가 불가능하다는게 과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지구의 성층권에 자리한 오존층의 구멍이 커질수록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의 차단이 어렵기 때문에 피부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인간에게 발생하는 암가운데 3분의 1이 피부암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몇몇 선진국들이 대기오염 경보시스템을 운용해 오고 있거니와 서울시도 국내에서는 최초로 오존경보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 한다.대기중 오존농도가 인체에 유해한 수준에 도달할 때 단계별로 옥외활동 억제,차량통행 제한,학교등의 휴교조치를 취할 수 있게하는 제도다.제도도 중요하지만 「지구는 살아있다」는 인식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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