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제부터다>4.선수층 저변확대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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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풀뿌리 축구」를 보다 튼튼히 키워야 한다-.
물론 한국이 축구에 목매놓은 것도 아니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그러나 우리 땅에서 펼쳐질 2002월드컵이 「한국사람 축구구경」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잔치준비 못지않게 축구실력 향상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그 지름길이 바로 풀뿌리 축구에 있다.더욱이 어느 여론조사 결과대로 한국인 대다수가 2002년 성적표를 8강으로 꼽고 있다면 국제축구연맹(FIFA)산정 세계랭킹 50위 안팎을 오르내리는 한국의 선택은 그것 뿐이다.사전엔 팔짱끼고 있다가 정작 대회가 닥치면 부랴부랴 국가대표를 한곳에 가둬놓고 다그치는 「속성영농」으로는 지금까지처럼 16강진입도 버겁다는게 축구인들의일치된 견해다.
한국축구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초.중.고교 축구팀은 각각 1백67.87.1백30개(이상 여자팀 제외)등 모두 3백84개.
여기에다 대학(46개).실업(14개)을 합하면 4백44개 팀이다.학원스포츠보다 클럽스포츠로 운영되는 이탈리아. 독일등 유럽국가들이 수만~수십만 축구클럽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한수 아래라고 깔보는 일본조차 학교팀이 무려 1천개나 되는데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 큰 문제는 운영방법이다.특히 연중 혹은 전.후기로 나눠일정한 간격을 두고 경기경험을 쌓게하는 리그방식이 아니라 현재처럼 특정타이틀을 걸어놓고 단기간에 해치우는 토너먼트방식은 경기력 향상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이때문에 중 .고등학교 선수들의 경우 1주일동안 7게임을 뛰면서도 1년동안 20게임도 소화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프로팀만 빼놓고 대학.실업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96애틀랜타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 우승(3월)뒤한달동안 흩어진 올림픽대표팀이 지난 5월1일 재소집됐을 때 윤정환(부천 유공)등 프로선수들은 5~8게임씩 실전경험을 쌓고 돌아왔으나 최성용(고려대)등 대학선수들은 때마침 대회가 없어 말그대로 허송세월한 것으로 나타나 한동안 합동훈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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