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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한국의역군들>2.서울대 자연대 최무영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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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교통체증은 왜 일어나나」「생물의 진화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투표에서 유권자간의 애증(愛憎)은 투표결과에 어떤 영향을미칠까」.이같은 세상사를 물리학적 관점으로 풀어나가는 학자가 있다. 서울대 자연대 최무영(崔茂榮.39)교수.이런 사람에게 국립대학 교수직과 월급을 준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모든 학문의 시발이 그렇지만 특히 물리학은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그 호기심은 위대한 발견.발명의 실마리이기도 하죠.』 아이작 뉴턴.알베르트 아인슈타인등은 호기심에서 각각 만유인력의법칙과 상대성이론을 발견했지만 이 원리들이 물리학은 물론 인류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그는 세상사를 협동현상이라는 물리학의 응집물질이론으로 추구할수 있다고 설명한다.예컨대 자동차를 각각의 요소로 보면 교통을밀도파동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결국 교통체증이란 차들이 어느 한부분에 밀려서 발생하는 현상이므로 이를 균일한 밀도로 펴주면 체증은 해소된다는 것.
투표에서 유권자들간의 관계가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도 재미있는 연구다.투표권은 독자적 의사결정에 의해 행사되기도하지만 가족 또는 이웃과의 친소(親疏)관계에 따라 찬반 또는 인물선택이 결정되며 이를 계량화하면 선거결과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이처럼 황당한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는가.
그가 국제물리학계에 끼친 업적을 들어보면 의문이 풀린다.20세기 물리학의 대발견중 하나로 「양자(量子)홀 효과」라는 것이있다.독일의 폰 클리칭 박사가 발견한 이 원리는,이른바 전류(I)는 전압(V)에 비례한다는 옴(Ω)의 법칙이 저온에서 적용되지 않고 계단형태를 띤다는 것으로 종전까지는 전자 1개의 상태인 「페로니언」에서만 가능한 이론으로 알려져 왔으나 崔교수는전자가 쌍을 이룬 「보존」상태에서도 적용된다는 이론을 내놓았다.이는 양자홀 효과가 전자계뿐만 아니라 초전도계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에너지혁명의 시발이 될 수도 있는 연구다. 같은 과의 김두철(金斗哲)교수는 『崔교수가 지금까지 낸50여편의 논문이 모두 피지컬 리뷰 등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며 그를 물리학계의 보배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崔교수는 요즘 인체의 신경망얼개연구,액체의 성질과 고체의 성질을 갖고 있는 「가루」의 정체에 관심을 갖고 연구중이다.
서울대 자연대와 대학원을 거쳐 스탠퍼드대를 나온 이력에 한치도 어긋나지 않을 학자적 풍모와 달리 그의 관심분야만큼이나 튀는 부분도 있다.
바로 그의 연구실.5평남짓의 공간엔 하늘색으로 단순화한 앙리마티스의 누드화와 에드바르트 뭉크의 사실주의 누드화등이 여기 저기 걸려있다.국제학회에 다녀올 때마다 구입한 것.
『여체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갖가지 구상으로 복잡해진 머리를 식혀주는 청량제죠.』성신여대 지리과 이금숙(李錦淑.40)교수와의 사이에 1남1녀가있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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