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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대화도 훈련이 필요 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가족과의 대화에도 훈련이 필요할까.언뜻 생각하기에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지만 나에게 가족과의 대화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밖에서는 남과 금방 친해지고 말도 잘하는데 유독 집에서는 입을 꽉 다물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것이다.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몰라 그냥 방치하고 있을 때 서울시 소속의 가정상담소에서 무료로 「가족대화훈련」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신청했다.
참석자는 30여명인데 평일인 화요일 오전에 모임을 갖기 때문인지 대부분 주부들이다.나이는 20대부터 60대까지로 폭넓었다.남자도 두 명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나와 같이 미혼이었다. MBTI 성격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을 이해한 뒤 가정상담소장님의 인도 아래 집단토의 방식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의 여러 갈등들이 그저 개인적인 것인 줄만 알았으나 토론과 발표,소장님이 설명해 주시는 이론들을 통해 나 혼자 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해결이 가능하다는 안도감을 얻었다.
나로서는 가족들은 나 몰라라 하는데 혼자서만 대화를 위해 애쓴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있었는데 부모뻘 되시는 분들이 참석해진지하게 동참하자 내 부모님도 노력하고 있을 거라는 위안을 받았다.또한 그 분들이 자기 자녀가 자신들의 말을 무시한다는 자조(自嘲)적인 말씀을 했을 때 나는 자녀의 입장에서,부모의 말에 겉으로는 거부반응을 보이지만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말해 드렸다.이것은 작은 일이었지만 부모.자녀 간에 다른 입장으로 인해 생기는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다리가 됐다.
소장님은 시에서 관리하지만 않는다면 참가비를 많이 받고 싶다고 했다.그만큼 값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그러자 참석자중하나가 자신의 세금으로 운영되니 세금 낸 보람을 느낀다고 해서모두가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가족을 잇는 가장 큰 도구는 대화다.나에게 소중한 계기를 만들어준 이같은 모임이 서울뿐 아니라 각 구와 지방에도 보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종신 서울강동구천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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