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화상경마장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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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충남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해 천안시의 화상 경마장(한국마사회 장외 마권발매소) 설치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천안시민단체협의회와 충남사회단체연대회의 등 8개 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고 "천안시가 화상경마장 설치에 따른 세수 증가에 눈이 멀어 시민들을 도박장으로 내몰려 한다"며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은 천안의 화상경마장 설치로 충청권 인근 도시까지 도박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천안시민단체협의회 김혜영 집행위원장은 "마사회의 천안 화상경마장 설치는 청주, 평택, 아산, 서산 등 인근지역까지 아우르는 '고객'확보 전략에서 비롯됐다"면서 "경마장이 들어설 경우 천안은 유흥도시 뿐 아니라 도박도시라는 오명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회는 이에 앞서 지난해 충북 청주시 버스터미널 인근에 화상 경마장을 설치하려 했으나 시민 반대에 따른 시의 불허 방침에 무산됐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화상경마장이 천안시청 모 과장 소유의 신축 건물(연면적 3930평)에 들어서려는 데 대해 더욱 반발하고 있다.

건물주는 이미 올해 초 마사회와 임대 가계약을 맺고 '사무실' 용도의 일부 층을 경마장 설치가 가능한 '문화 및 집회시설'로 용도 변경을 추진 중에 있다. 마사회는 용도가 변경되면 정식 계약을 맺고 올 하반기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차수철 사무국장은 "건전 문화 육성에 나서야 할 공무원이 어떻게 도박 중독자를 양성하는 경마장을 유치하려 하는 지 모르겠다"면서 "천안시의 무분별한 수익우선주의 적 경영전략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노동당 충남도지부도 최근 낸 성명서에서 "천안시는 연 40여억원의 레저세 수입 때문에 가정 파탄이 오든 말든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세수만 늘리려는 발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천안시 도시계획심의회는 지난 23일 화상경마장 설치를 위한 용도 변경 안건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국마사회는 서울.경기도 등 10개 시와 광역시 5곳에서 화상경마장 28개를 운영중이다. 최근 울산시를 비롯한 경남 창원, 전남 순천 등 중소도시에도 지점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해당 지역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저지운동에 부딪쳐 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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