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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내년부터 영어 못하면 O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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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23일 LPGA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이 열린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골프장. LPGA 사무국의 요청에 따라 정일미·강수연·박세리 등 30여 명의 한국 선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LPGA투어 커미셔너 캐롤린 비벤스는 ‘중대 발표’를 했다. “내년부터는 모든 선수가 의무적으로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 사이엔 비상이 걸렸다. 당장 내년부터 영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는 영어 인터뷰 시험도 봐야 한다. 만약 영어 인터뷰를 통과하지 못하면 2년간 출전 자격을 잃게 된다. 한마디로 영어를 못 하면 투어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뜻이다.

현재 LPGA투어에는 26개국 출신 121명의 외국인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선수가 45명이나 된다. 박세리·박지은 등 일부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영어 실력이 모자라 인터뷰를 할 때 통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선수도 절반 가까이 된다.

LPGA투어 부 커미셔너인 리바 갤로웨이는 2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투어 발전을 위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골프팬, 언론과 후원사를 위해서라도 영어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결정은 대회를 후원하는 스폰서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특정 국가 선수를 겨냥한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나온 배경은 영어를 못 하면서 공만 잘 치는 한국 선수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드디어 올 게 왔다”며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올해 2승을 거둔 이선화(CJ)는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서 후원사가 줄어드는 걸로 알고 있다. 투어 발전을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맏언니 격인 정일미는 대부분의 한국 선수가 LPGA투어의 취지를 이해한다고 밝혔다.

“나와 강수연·박세리 등 고참 선수들이 커미셔너를 따로 만나 ‘왜 한국 선수만 모아 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랬더니 비벤스 커미셔너는 ‘선수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양해를 구하더라. 영어를 배우겠다고 하면 개인교사를 10명이라도 붙여 주겠다고 했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영어 인터뷰에 나서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박세리는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출전 정지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본적으로 LPGA의 이번 조치에 찬성한다. 그러나 영어를 쓰지 않으면 출전 정지보다는 벌금을 내도록 하는 게 옳다고 본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측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KLPGA 김일곤 사무국장은 “투어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선수들이 외국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여자투어(JLPGA)도 올해 말 퀄리파잉 스쿨부터 영어 또는 일본어로 테스트를 치르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는 일본 퀄리파잉 스쿨에 응시한 한국 선수들을 위해 통역을 동반할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올해부터 ‘통역 동반’ 조건을 없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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