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바다냄새 나는 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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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워낙 자극적인 영화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 중년의 관조적인 사랑이나 신분의 차이 때문에 결합하지 못하는 연인들의 이야기같은건 이제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에서 엄두도 못낼 사랑의 대리체험이며,그래서 사람들은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로 『바람과함께 사라지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애수』같은 왕년의러브스토리를 꼽는다.
『바다냄새 나는 여인』(드림박스)은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나비디오 재킷의 문구들이 다소 선정적이어서 싸구려 에로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영국출신 감독 앤드루 버킨의 93년작인 이 작품은 그리스 영화 『4중주』(드림박스),러시아 영화 『카티샤』(시네마트)와 함께 조용히 사색하며 볼 수 있는 잔잔한 사랑얘기다.
내용과 형식미로 볼때 젊은층보다 중년층에서 공감할만한 수준이다. 스코틀랜드인 평론가 아버지와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르주(그레카 스카치)는 스코틀랜드바닷가 마을에서 방학을 보내던 10대의 어느 여름날 만난 소작농 아들 게빈(빈센트 도노프리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달밤에 바닷가에서 수영하며 사랑을 싹틔우는 두 사람.평범한 시골여자와 약혼한 게빈은 조르주를 못잊어 청혼하고 조르주는 『예술을 이해하는 남자와 살고 싶다』고 말한다.
어부와 교수가 된 두 남녀가 운명적인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생의 가장 어려운 고비와 행복한 순간들을 함께 하는 과정이파리.런던.버진 아일랜드.플로리다.퀘벡의 아름다운 풍광속에 묘사된다. (비디오 평론가)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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