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코스닥, IT 강세 지속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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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거품의 망령이 지금도 세계 증시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를 찾은 미국 예일대학의 저명한 증시 분석가 로버트 실러는 세계 증시의 가파른 회복세에 대해 이 같은 신중론을 펼쳐 다시 한번 주목을 끌었다. 그는 2000년 3월 '이성을 잃은 증시 활황(Irrational Exuberance)'이란 저서를 통해 정보기술(IT) 주식의 거품 붕괴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세계 증시는 실제로 그해 4월부터 곤두박질쳤다. 5000선을 바라보던 나스닥지수는 1500선 밑으로, 최고 283을 기록했던 코스닥은 35 밑으로 무너졌다. 현재 지수체계로는 2830선에서 350선 밑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깊은 침체에 빠졌던 코스닥이 딱 4년 만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3월 350선에서 지난 주말 488.13까지 올랐다. 코스닥의 회복은 올 들어 1조705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난 주말 19%를 넘어선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입증해 주고 있다. 증시에서는 다음달 중 500선 회복을 낙관하는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의 회복을 이끄는 업종은 NHN.옥션.다음.주성엔지니어링.유일전자.피앤텔 등 인터넷 및 IT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관련주들로 국한된다.

따라서 지금도 거품이 많다고 지적하는 실러 교수의 경고처럼 4년 전 횡행했던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외국인의 '바이 코스닥'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승 종목은 IT 관련주에 그치는 등 매우 선별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큰 폭으로 오른 인터플렉스.유일전자.KH바텍.파워로직스 등은 삼성전자에 많은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도 전체 코스닥 등록 기업 중 50여개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코스닥이 회복하더라도 차별화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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