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국제 미술시장 부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화랑박람회에 출품된 중국작가의 조형작품 ‘타이 호수의 돌’.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 미술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지난 22일 베이징(北京) 국제과학기술전시장에서 개막된 제1회 중국 국제화랑박람회에는 한.중.일 등 20개국에서 79개 화랑이 참가했다. 이번 행사는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는 첫 아트페어다. 미국.유럽 지역이 큰 관심을 나타낸 가운데 한국의 화랑들도 행사에 대거 참여,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 떠오르는 중국시장=현지에서는 이번 행사를 중국 정부가 자국 미술시장의 국제화에 나선 상징적 사건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 정부는 행사자금으로 480만위안(약 7억2000만원)을 지원했다. 동멍양(董夢陽) 집행총감독은 "중국 미술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발전해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국제 전시회를 개최해 국내 작가들을 세계시장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미술시장은 경제발전과 함께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경매시장 규모도 10년전 2000만위안(약 30억원)에서 올해는 10억위안(약 1500억원)선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중국미술이 국제 시장에 알려지게 된 것은 미국.유럽에 진출한 해외파와 세계 각국 화교들의 역할이 컸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강력하게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특히 작가양성과 제도정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고 권위의 미술대학인 중앙미술학원의 정원은 현재 3700명에서 내년에는 5000여명으로 늘어난다.

전통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현대미술의 세계 진출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동 총감독은 "개방 이후 세계시장에서 중국 전통미술 작품의 가격은 10~20배가량 치솟았지만 현대미술분야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시내 폐공장터에 생긴 미술집단촌을 만드는 등 정책적인 지원 아래 민간 화랑들이 속속 생겨나고 해외 유명 화랑들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도 22개의 중국 화랑이 참여해 전통적인 작품에서 도시적 감수성이 밴 실험적인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자랑했다.

◆ "미술에도 한류 바람"기대=행사에 참여한 국내 화랑은 21곳으로 주최국인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중국시장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중국 미술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국내 작가들을 중국 시장에 소개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세계시장에 유통시키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국간 문화적 이질성과 중국 특유의 자국문화 중심주의를 고려하면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박영덕화랑의 박영덕 대표는 "당장 그림 한 점 파는데 집착하기 보다는 한국 미술을 이해시키려는 꾸준한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아트페어 참여 외에 지점 개설 등을 통해 양국 미술계간 교류를 늘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