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국회의원 한명만이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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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월5일은 법에 정해진 15대 국회 개원일이다.야당이 장외(場外)투쟁에 나서고 여당은 단독개원 불사 입장이다.한마디로 우리에게 익숙한 경색정국의 재판(再版)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알고 있다.결국 야당은 국회의 장(場)안으로들어올 것이고 의장단.위원회 구성 및 위원장 자리등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며 개원초부터 상당시간 허비할 것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은 그래서 또다시 실망한다.전국구 31명을 포함해1백37명의 신인들이 국회에 진출했고 구태의연한 정치판이 조금이나마달라질 것이라 기대했던 유권자들은 「역시나」를 되뇌며 정치판에서 멀어져 간다.
신인의원들의 공부모임이 부쩍 늘고 유권자들의 고민을 발로 뛰며 나누는 이들도 있다.이 정도의 소식이 새롭게 들리는 우리 정치의 수준이라면 시간이 해결할 문제라고 미뤄 두자.그러나 마땅히 했어야 할 숙제를 뒤늦게 하며 생색내려는 의 원들이 혹시있다면 이들의 치기(稚氣)를 받아주기에 국민들은 신물나 있다는점만은 분명히 해두자.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결국에는 등원(登院)하게 될 선량(選良)들에게 한두가지만 제의하고자 한다.
첫째,아침마다 쌓이는 신문보기도 벅차겠지만 한번쯤 신문지면(紙面)구성을 유심히 들여다 보라.과거와 달리 정치판의 시시콜콜한 뒷얘기로 1면을 장식하기엔 주요 기사가 넘친다.조금 과장하자면 정치면의 지면파괴가 정치판의 체질개선을 요구 하고 있다.
언론에 오르내리며 정치인 행세하는 일에 무심할 수 없다면 수준있는 기사거리를 만들어 지면확보에 정성쏟을 일이다.
둘째,경제수준이 높아지면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진다고 정치학개론에 나와 있다.우리처럼 정치에 관심높은 국민들이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느냐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있다면 빨리 정신차리길 권한다. 국회일정을 신문에 사전(事前)게재하고 토론광경을 케이블TV로 방영하며 각 의원의 표결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국민들의관심을 붙잡아 두는 한 방편이라는 점을 명심하라.정치신인들은 이 방법이 당내 소수 중진들의 비민주적 횡포로부터 해방 될 수있는 「점잖은」 수단이라는 데도 관심갖길 바란다.
셋째,지나친 주문일지 몰라도 「의원 한사람만이라도」 미국이나일본 등 어쩔 수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야 할 이웃나라 의원들과 개인적 친분을 맺는 데 신경써 주길 바란다.공식적예방(禮訪)차원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가까워지■ 는 노력이 언젠가 국익에 보탬이 된다고 확신하고 이를 실천하는 의원이 한사람만이라도 나와주었으면 한다.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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