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誘致-권유하여 끌어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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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誘는 言(말씀 언)과 秀(빼어날 수)의 결합이므로 말로 잘 타일러 사람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성인의 말씀과 같은 교훈적인 말이 필요하다.여기서 誘는 「가르치다」「인도하다」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유도(誘導).권 유(勸誘)가있다. 이처럼 誘는 본디 「좋은 뜻」을 가지고 있었지만 후에 고약한 사람들이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상대방을「꾀다」는 뜻으로사용했다.유괴(誘拐).유인(誘引).유혹(誘惑)이 그런 경우다.
致는 본디 至(이를 지)와 (천천히걸을 쇠)의 결합으로 예물(禮物)을 바치기 위해 가는 것을 뜻했다.따라서 어떤 목적지에「닿다」「이르다」는 뜻을 갖고 있다.치명상(致命傷).치부(致富).극치(極致).송치(送致).초치(招致)가 있다.
곧 유치(誘致)라면 誘導招致의 준말로 본디 「꾀어서 끌어오는것」을 뜻한다.물론 좋은 뜻이 아니었다.곧 미끼를 던져 상대를속여 들이는 것을 뜻했던 것이다.대체로 적군을 유인한다든지 원수를 꾀어 잡아들일 때 사용하던 말이었다.
그것이 지금은 좋은 뜻으로 사용돼「권하여 끌어오는 것」으로 바뀌었다.한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미의 변질인 것이다.지금2002년 월드컵 개최지 결정에 따른 한.일간의 유치경쟁(誘致競爭)이 막바지에 이른 느낌이다.그동안 많은 노 력을 기울였던만큼 꼭 우리나라로 誘致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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