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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담뱃갑 수집-진철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탁자 위의 예술품」-.
30년 가까이 유엔 회원국보다 많은 2백여개국의 담배 3만갑을 모은 진철규(陳哲圭.49.인터그래픽스 대표)씨가 내리는 담배에 대한 정의다.
담배,정확히 말하자면 담뱃갑의 그림이나 도안은 엄연히 하나의예술이라는게 그의 확고부동한 소신.별 뚱딴지 같은 소릴 다한다고 별난 사람 취급도 심심찮게 받곤 하지만 담배를 향한 그의 사랑만 더욱 도탑게 할 따름이다.
담배가 그 시대인의 애환과 역사까지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는 점도 그가 담배수집에 탐닉하는 또다른 이유.
『우리나라만 해도 이제까지 나온 담배가 5천5백여종(예를 들어 같은 「88담배」라도 생산된 고장이나 뒷면의 디자인이 다르면 별개의 종류로 취급)이나 돼요.그 정도로 많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 거예요.중국은 8만여종,러시아는 6 만여종이 넘어요.』 그는 담배 가운데 가장 멋진 디자인은 역시 예술의 나라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제품이라고 평가한다.
그가 담배를 모으기 시작한 건 대학 전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학교(홍익대 도안과 졸업)때 한번은 담뱃갑 디자인을 하는 숙제가 주어졌어요.아마 68년도였을 거예요.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담배 디자인이란게 형편없을 때였어요.외국 담배를 구경하러 김포공항을 들락거리다 아예 가능한 한 전부 모아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때부터 모은 담배 가운데 ▶20년대 만주에 있는 민영 담배회사가 생산한 동화 타바코▶45년 당시 군정청이 국내에 처음으로 내놓은 승리를 비롯한 샛별.백조 등 초창기 제품▶영광 보천보.백두산등 북한산 담배를 자랑거리로 삼는다. 『북한 담배는 중국에 갔을때 일부러 투먼(圖們)지역으로 가서 구했어요.남북 적십자회담때 평양에 갔던 기자들에게 부탁도했고요.외국담배를 모으기 위해 영국에 있는 담배 수집클럽 회원으로도 가입했어요.우리나라에서는 제가 그 클럽의 유 일한 회원이에요.현재 40여개국 4백여명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지요.1년에 한번 정도씩 영국에서 회의도 하죠.』 이렇게 모은 담배가 집안 구석구석에 넘쳐나다 보니 부인으로부터 『당신과 담배만 우리집에서 나가면 가정의 행복은 저절로 이뤄진다』며 푸대접(?)도 많이 받았다고.그러다 보니 자신도 「흰 거짓말」을 늘어놓기 일쑤였다고 털어놓는다.
『한번은 영국 클럽을 통해 우리나라 초기 담배를 많이 가진 사람을 알게 됐어요.78년께였는데 마침 브라질 사람이었어요.6.25때 참전했다가 우리나라 담배를 많이 모아갔대요.뒤돌아 볼것없이 달려갔죠.가서 스무갑을 당시로서는 거금인 2백만원 주고샀어요.비행기값 따지고 하면 1천만원도 더 들었어요.돌아오니까집사람이 얼마 들었느냐고 묻길래 담배는 그냥 얻고 비행기 티켓도 그 사람이 사주더라고 거짓말을 했죠.결국 탄로나고 말았지만….』 장차 모은 담배를 전시할 박물관 로고까지 완성해놓고 「가족의 평화」를 위해 내년까지 담배수집 휴식기간을 갖고있다는 그. 하지만 다음달 담뱃갑 포장비닐 수출업자의 자문역으로 이란을 방문하는등 「담배」관련 일이꼬리를 물고 있어 「담배박사」의길을 벗어나긴 힘들 것같다.
1.우표수집상에 가면 가끔 지난걸 구할 수 있다.
2.담배 내용물을 빼내고 그 자리에 필터나 스티로폴로 메워 보관한다.그대로 보관하면 담배잎에서 벌레가 나와 부식하기 때문. 3.외국담배회사 주소록을 구해 수시로 편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
4.담뱃갑 껍질만 모을 경우 윗부분 중간의 봉함지가 있어야 가치가 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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