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칼럼

내 아이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 이렇게 하면 좋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 아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하거나, 새로운 학년이 되어서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아이들과 잘 지내고 학교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 학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할 것이다. 사실 아이들 말만 그대로 믿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고학년 아이 일수록 학교생활에 대한 말을 줄이기 때문에 부모입장에서는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아이에 대한 궁금증은 많지만 막상 학급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상담을 하려면 ‘무엇을 사들고 가야하나?’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상담을 하고 끝맺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까지 사소한 것들까지 마음이 쓰여서 망설이게 된다는 학부모님의 푸념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이번 칼럼을 통해 교사 입장에서 본 ‘담임선생님과 면담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려 하니 혹시 자녀의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활용해보았으면 한다.

1.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러가기 전 기본 에티켓이 있다.

- 상담 의사를 미리 전하고 시간 약속을 하자!

매해 담임을 맡다보면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 자녀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교사 입장에서는 정말 난처하다. 준비된 상담 자료도 없을 뿐 아이라 부모의 상담 내용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교사는 어쩔 수 없이 아이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중언부언하게 된다. 학부모가 원하는 정확한 대답이 아닌 아이에 대한 보편적인 생활모습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된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올바른 상담을 위해서는 교사에게도 상담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상담을 원하는 날 일주일 전쯤에 담임선생님에게 미리 연락하여 상담 약속시간과 상담 장소 그리고 간략한 상담 내용에 대한 의사를 전하는 것이 좋다. 약속 시간을 정하는 것은 교사 입장에서는 학부모와의 상담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효과적인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학부모 입장에서도 담임교사 얼굴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헛걸음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 상담을 신청하는 전화통화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요즈음은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핸드폰 문자나 전화를 통해 상담을 요청하시는 데 업무 처리 중이나 수업 중에는 회신을 드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담임선생님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전화를 하고자 한다면 퇴근 무렵(4시30분~5시)이 가장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한 직원회의가 매주 월요일에 있고, 수요일은 교과 수업은 일찍 끝나지만 교내 교사들 사이의 동아리 모임이나 연수, ‘청소년단체활동’ 지도, 동학년회의 등으로 학교 행사가 많아 바쁠 수 있으므로 이때는 가능한 전화 통화 피하고 문자로 상담 의사를 전하는 것이 좋다.

- 전화로 상담 약속을 정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

전화로 상담 의사를 전하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쪽지편지나 아이 일기장 또는 알림장을 활용해보자. ‘언제쯤 상담을 원한다.’는 내용이나 ‘~~이유로 상담을 원하니 편하신 시간에 연락을 남겨주세요.’ 등 상담을 희망하는 글을 공손한 인사말과 함께 적어 아이 편에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때 교사가 상담일시를 정할 선택지를 열어 두는 것이 좋고 편지는 아이가 등교하자마자 선생님께 전달하도록 하자. 교사에게 상담 일시를 정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일과 시간 중에는 대부분 수업 중이므로 문자를 계속 보내거나 인터폰으로 담임을 찾는 것 아이들의 수업을 방해하기 때문에 교사 임장에서는 반가워할 수 없고 대표적인 ‘꼴불견 학부모’가 되는 것이다.

- 상담은 어디에서 하지?

상담 장소를 학교 밖으로 하는 것은 ‘윤리 강령’으로 엄밀히 규제하고 있다. 간혹 식사를 핑계로 상담을 요청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교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최적의 상담 장소는 교실이다. 교실은 아이의 학교생활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상담 자료들이 열려 있는 곳이다. 아동의 활동사진, 시험지, 학습지 등 교사가 준비해 둔 상담 자료를 쉽게 살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 아이가 하루의 절반을 보내고 있는 책상에도 앉아 보고 사물함도 열어보며 아이의 흔적들을 느낄 수 있다. 작품판에 게시된 아이가 그린 그림이나 작품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어 갈 수도 있다. 담임선생님과의 직접적인 대화한 상담을 통해 아이의 학교생활을 알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내 아이와 관련된 작은 부분들을 통해 아이의 학교생활을 느낄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는 곳이 바로 교실이다.

- 이런 학부모는 꼴불견!

방과 후에 교실에서 수학교과 수학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모아놓고 특별보충수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드르륵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음료수상자 부터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밝게 인사하며 뜬금없이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 아이들에 대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새 학기 초(3월 첫 주에 특히 많음)에 학교생활이 궁금하다며 상담을 신청하는 학부모, 수업 중에 문자나 전화로 상담 시간을 물어보는 학부모들이 정말 참 많다. 교사 입장에서 이런 학부모들은 과감하게 꼴불견이라 칭하고 쉽다.

2. 두 손이 가벼워야 아이에 관한 진실을 들을 수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상담을 하러 갈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요즘 젊은 교사나 고 경력 교사들 모두 학부모들이 주섬주섬 들고 오는 '먹을거리'(음료수, 빵)를 기대하거나 바라지 않는다. 주는 사람도 불편하겠지만 받는 입장에서도 난감하며 마음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학부모가 빈손으로 왔을 때 교사는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에게 대해 상담을 할 수 있다. 선물로 인해 담임교사 얼굴 민망하게 만들고 붉히게 만든 후 시작하는 상담보다는 두 손 가볍게 와서 마음 가득히 아이에 대한 조언과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담아가는 상담을 나누러 가자.

3. 질문 문항을 정리해 가자.

상담시 ‘우리 아이 학교생활은 잘 하고 있나요?’ 와 같은 포괄적인 질문보다는 내 아이에 관한 특별하게 자세히 알고 싶은 부분에 대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평소에 궁금했던 내용들을 종이에 기록해서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는 담임교사의 이메일 주소를 알고 있을 시 상담을 통해 선생님과 중점적으로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을 메일로 미리 보내서 넌지시 여쭈어 보는 것도 좋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노하우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의 어조와 내담자인 학부모의 예의를 갖춘 태도이다. '아' 다르고 '어'다르다고, 같은 질문이라도 때에 따라서는 잘못 전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상담시 학부모가 가장 많이 묻는 내용들이다.

- 우리 아이가 보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면 집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우리 아이가 학교생활에 특별한 문제는 없나요?
- 친구는 누구랑 주로 어울리나요?
- 어떤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하나요? 이유가 뭔지 혹시 아시나요?

4. 학교와 가정에서 연계할 수 있는 지도방법을 물어보자.

내 아이의 단점이나 학업 면과 행동 발달 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선생님 저는 선생님만 믿습니다.' 혹은 '우리아이의 ~~한 점을 고쳐주세요.' 식의 담임교사에게 무조건 의존하는 수동적인 상담 보다는 '우리 아이의 ~~한 점을 고치기 위해서 가정에서 노력할 점은 무엇인가요?' 나 '부모 입장에서 필요한 ~~하기 위한 지도 방향이나 가정에서 힘써야할 점은 무엇인가요?' 식의 능동적인 상담을 주도해 보자. 아이의 생활 지도나 학업 향상을 위해서는 교사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교육이 바르게 나아가려면 학교와 가정이 연계하여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상담을 통해 담임교사의 교육관을 듣고 지도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면 상담의 효과는 증대할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의 교육과 생활 지도에 대한 책임을 일방적으로 교사에게 돌리는 학부모보다는 학부모 자신도 자녀 교육의 공동 책임자라는 전제하에 상담 내용을 풀어가는 학부모에게 마음이 좀 더 가고 더불어 그 학부모의 아이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더라.

5. 교사부모도 자녀의 담임교사에겐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동료 교사의 자녀의 담임을 맡게 될 때가 있다. 한참 선배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 아이 학부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치거나 지나치게 되면 언제나 고개를 숙여 공손히 인사를 해주신다. 특히 자녀와 함께 있을 때면 '너의 부모도 교사지만 나도 너의 선생님을 이렇게 공경한다' 라는 의미를 담는 듯 부담스러울 정도로 깍듯이 대해주신다. 그러나 실상 인사는커녕 단도직입적으로 자기 할 말만 던지고는 교사의 답이 제대로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버리거나 교사가 본인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얕보거나 어른 행세를 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상담은 상담을 통해 아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인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심이 없고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면 상담이 아니라 잘잘못을 따지는 심문회로 변질될 것이다.

아이의 올바른 교육과 생활 지도를 위해서 상담은 반드시 필요하다. 예전에는 직접 학교를 찾아가 얼굴을 맞대고 하는 상담만이 상담의 전부였지만 요즈음은 전화나 메일 혹은 학교 홈페이지나 학급 홈페이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원하는 방법으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많이 열려져 있다. 자녀의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면 미리 상담 약속 잡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김범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