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기퇴직 바람 가라앉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호구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를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앞으로 미국의 조기 퇴직붐은 수그러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지는 전한다.퇴직자들이 정부와 회사로부터받을 수 있는 연금등 노후생계비가 현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조기 퇴직붐이 이미 저점(低點)을 통과했다고 말한다.55~64세 미국 남자중 일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현재 65%인데 앞으로 이 비율은 꾸준히 높아져 21세기가 되면 70%에 이른다는 것이다.여성들은 지난 80년 43%에 서 2000년엔 50%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은 7천6백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들과 깊은 관련이 있다.올해 50줄에 들어서는 이들이 무더기로 조기 퇴직할 경우 미국경제 전반,특히 연금등 사회보장제도가 크게 흔들릴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바로 이 점에 대한 사 회적 공감대가조기 퇴직바람을 누그러뜨리는데 일조한다는 것이다.
조기퇴직은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가시화됐으나 50대 중반이상의 연령층이 많지 않아 사회적 부담은 그다지 무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저축액도 많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들의 경우 회사나 정부로부터 종전과 같은 노후혜 택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탓이다.
감량경영을 내세우는 기업들은 종업원 복지지출을 감축해 오고 있다.한 조사에 따르면 종업원 5백명이상 미국 기업중 퇴직후 건강관리비용을 부담하는 회사는 지난해 41%로 전년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정부부문도 마찬가지다.올해 65세가 되는 사람의 경우 연금 최고액이 한달에 1천2백48달러에 불과한데 앞으로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특히 84년이후 연금가입자들에 대한 혜택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또 지금은 가입한지 30년만 지나면 연금을 타는데 어려움이 없으나 앞으로는 이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런데 문제의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나이든 사람들을 얼마나 받아 주느냐는 점이다.전문가들은 요즘 50대의 경우 체력도 좋고 재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기업주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심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