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용천역 폭발 참사] 정부, 남북관계 불똥 튈까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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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 터진 용천역 폭발 참사의 실상 파악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이 23일 장관급 회담 연기를 시사하는 등 불똥이 남북관계에도 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구호나 복구 과정에서 남북 간 협력 기회가 늘어날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분위기다.

◇사고 원인 뭔가=사고 원인에 대해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보 당국은 일단 이번 사고가 열차 적재 질산암모늄에 스파크가 튀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피해와 위성사진 판독 등을 토대로 한 잠정 판단이다.

그러나 이타르-타스 통신은 북한 외무성 측의 발표라며 "화약이 폭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평양에 머물고 있는 마수드 하이더 유엔인도주의조정관도 "다이너마이트를 적재한 화차 두량이 전선을 건드려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유류와 LP가스를 실은 열차끼리의 충돌 때문이라는 분석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金위원장을 노린 고의적 폭발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金위원장이 탄 열차는 사고 시간보다 9시간 전인 22일 오전 5시 용천역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북한 구호 손길 절실=정부는 적십자 간 교류를 위해 평양에 체류 중인 이윤구 한적 총재 측에 피해상황 파악과 함께 대북지원 방안을 마련토록 긴급 지시했다. 또 인도적 차원에서 의약품과 구호물자를 제공하기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여야도 함께 대북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고, 민간단체들은 모금활동을 비롯한 분위기 조성에 나설 예정이다.

북한은 95년 수해처럼 천재지변인 경우를 빼고는 대형 참사를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평양 주재 세계식량계획(WFP) 대표가 제의한 유엔 원조를 수용했다. 그래서 정부 내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 간 협력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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