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권해선씨 일본공연 현지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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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19회 나고야(名古屋)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있는 나고야 아이치(愛知)현 예술극장.
도심에 위치해 있어 비싼 땅값 때문인지 오페라극장.콘서트홀.
소극장.미술관.예술정보센터가 12층짜리 한건물에 들어서 있다.
음악감상실.티켓 예매코너를 갖추고 있는 예술정보센터에서는 해외나들이가 부쩍 늘어난 일본인들을 위해 해외공연 정보까지 갖춰놓고 있다.
지난 21일 저녁 바로 이곳 콘서트홀(1천8백석)에서 5월 한달간 함부르크슈타츠오퍼와 함께 일본 순회공연중인 함부르크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게르트 알브레히트)가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을 연주했다.이날 함부르크슈타츠오퍼의 주역가수 로 활동중인소프라노 권해선(權海善.35)씨가 베이스 알란 티투스와 함께 독창자로 무대에 등장했다.
오페라는 물론 평소 바흐 등 종교음악을 즐겨 연주한다는 權씨는 이날 연주에서 마치 따뜻한 성모 마리아와도 같은 특유의 곧게 뻗어나가는 목소리로 자비와 위로를 기원하는 아리아를 불러 청중의 갈채를 받았다.합창단원중에는 8년째 독일에 서 활동중인테너 백선일(38)씨도 눈에 띄어 성악 한국의 긍지를 느낄 수있었다. 연주가 끝난뒤 지휘자 알브레히트(61)는 기자와 만나『「독일 레퀴엠」중 소프라노 독창 부분을 이렇게 느리게 연주한적이 없다』며 『함부르크슈타츠오퍼 주역가수중 權씨가 가장 아끼는 소프라노』라고 소개했다.
이에 앞서 22일 오전 아이치현 예술극장 지하 리허설룸에서는공연과 리허설을 동시에 진행시키면서 순회공연중인 함부르크슈타츠오퍼가 『리골레토』를 연습중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일본인들이 좋아한다는 이유 때문에미국출신의 흑인 소프라노 바버라 헨드릭스(48)가 질다역을 맡아 연습중이었다.
노래나 연기로 미뤄볼 때 영국 레이블 EMI가 자랑하는 간판스타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레코딩으로 접했던 그녀의 목소리와는 딴판이었다.그래서 이날 리허설을 지켜본 단원들은 혹시 헨드릭스가 탈이라도 나 權씨가 대신 하면 좋겠다 는 푸념까지 늘어놓기도 했다.외국 순회공연의 경우 주최측의 요구에 따라 선호도 높은 성악가를 객원가수로 캐스팅하는게 관례로 돼 있다는 것.하지만 다소 전위적인 무대연출에다 노래 뿐만 아니라 연극적요소를 강조하는 함부르크슈타츠오퍼의 색깔과 맞지 않아 유명한 레코딩 아티스트라고 해서 무대에 강하다는 법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됐다.
이날 리허설에는 역시 한국출신으로 함부르크오페라단의 주역가수로 활동중인 베이스 양희준(37)씨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그는오는 6월5일부터 9일까지 도쿄문화회관에서 『리골레토』를 공연하며 일본 순회공연이 끝나는 6월중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쇤부른 페스티벌에서 『마술피리』에 출연할 예정이다.
올해중 11개의 오페라에 출연했고 바그너가 남긴 10개의 오페라중 4개를 소화한 바 있는 그는 한국에서도 바그너협회가 결성되는등 바그너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말에 반가움을 표시했다.또 權씨는 오는 31일 도쿄예술극장에서 『코지 판 투테』『리골레토』의 주역으로 출연하는등 한달간 일본 순회공연을 갖는다. <본지 5월17일자 15면 참조> 이들은 『내년 여름 서울에서 듀오 콘서트를 갖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權씨는 29일일시 귀국,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지휘하는 베를린 도이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무대를 갖는다.연주곡목은 모차르트의 『마술피 리』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 「두려워 말라」「복수의 소리」와 『돈 조반니』중에서 「내 수모를 아시는 그대」등 4곡이다.
나고야=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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