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vs 보수 … 미 신문 대선 대리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미국의 진보언론인 뉴욕 타임스(NYT)가 23일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재산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크게 보도했다. 반면 보수지인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인종 문제를 다룬 기사를 대대적으로 다뤘다. 대표적인 진보와 보수 언론이 각각 매케인의 재산 문제와 오바마의 인종 문제를 무기로 내세워 대통령 후보들의 대리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NYT는 매케인이 부인 신디의 이름으로 10채의 집을 소유하거나 임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디는 연 3억 달러(약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버드와이저 맥주 유통업체인 헨슬리 앤드 컴퍼니의 최대 주주다. 매케인은 최근 “집이 몇 채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오바마는 21일 “매케인은 집이 몇 채 있는지도 답변하지 못한다”며 “그가 평범한 미국인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공격했다.

NYT는 또 헨슬리 앤드 컴퍼니가 매케인뿐 아니라 애리조나주 출신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주면서 애리조나주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맥주 주세 인상을 막기 위해 전방위로 로비해 애리조나의 주세는 맥주 한 병(또는 한 캔)당 1.5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이자 신디의 아버지인 제임스 헨슬리가 1991년 의원들에게 뇌물을 주려다가 폭로되기도 했다. 회사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매케인에게 정치자금을 주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NYT는 “매케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헨슬리 앤드 컴퍼니의 회장인 신디가 경영에서 손을 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WSJ는 일부 흑인이 오바마의 성공에 불편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흑인들이 “오바마의 부상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했거나 백인과 적대적인 흑인들에 대해 백인들이 부정적인 선입견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해 9월 루이지애나주 제나에서 수천 명의 흑인이 참여한 시위에도 상원 투표가 있다는 이유로 참가하지 않았다. 이 시위는 백인 학생 1명을 흑인 학생 6명이 때린 사건에 대해 주 검찰이 법원에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하자, 흑인 사회가 “너무 가혹하다”고 비판하면서 벌어졌다. WSJ는 “선조가 노예로 살았거나 인종차별을 경험했던 토박이 흑인들은 인권운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오바마에 달갑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가 도심에 사는 흑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발전 계획 등의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