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바람 올림픽 이어가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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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장하다, 우리 선수들. 24일 폐막한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은 13개의 금메달을 따내 세계 7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출전 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이다. 내용도 최상이었다. 불모지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했던 수영에서 천금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야구는 아마추어 세계 최강인 쿠바와 미국·일본을 꺾고 16년 만에 구기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역도는 여자 최중량급에서 세계신기록을 번쩍 들었다.

스포츠는 국민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고 희망과 보람을 느끼게 한다. 이번 올림픽은 특히 그랬다. 첫날부터 유도의 최민호가 통쾌한 ‘한판 퍼레이드’로 신명나는 금메달을 선사했다. 수영 박태환의 웃음과 배드민턴 혼합복식 이용대의 살인적인 윙크는 우리의 마음까지 환하게 해주지 않던가. 금메달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불모지인 펜싱에서 은메달을 따낸 남현희 선수의 파이팅은 치열함의 극치가 아니던가. 동메달을 따낸 여자 핸드볼 팀의 투혼과 열정은 모든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지 않았던가.

스포츠는 또한 국제사회에서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다. 세계 인구의 94%가 시청한다는 올림픽은 더욱 그렇다. 메달을 많이 따내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이번 올림픽에선 13억 인구 중에서 체계적으로 선수를 선발해 집중 육성한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국력을 기울인 사회주의 대국의 특수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이 메달을 많이 따낸다. 사회체육 활동이 활발한 나라, 경제력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충분한 사회적 지원이 가능한 나라들이다. 한국은 어떤가. 탄탄한 사회체육 기반도, 선수들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적 지원도 부족하다. 이번에 거둔 성적은 고되고 외로운 훈련을 해온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덕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야구와 축구, 농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종목이 찬밥 신세다. “배드민턴에 대한 관심이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이용대의 발언에도 이런 아쉬움이 담겨 있다. 핸드볼 오성옥의 지적은 더 구체적이다. “올림픽만 끝나면 인기가 떨어지고 프로팀 창단도 흐지부지되는 등 어려움이 많이 남는다.” 오죽하면 평소 ‘핸드볼은 한데볼’이라고 불리겠는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선수와 종목을 국가·사회적으로 지원하는 엘리트 체육이 긴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포츠의 저변을 넓혀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사회체육의 활성화다. 국민 전체의 건강과 사기를 위해서도, 4년 뒤 런던 올림픽을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