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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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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의 자동차경주 F1. 이 대회에 출전하는 상위권 팀들은 보통 연간 3000억~4000억 원을 쏟아 붇는다. F1 한 팀 연간 예산으로 한국의 모든 스포츠 구단을 모조리 운영하고도 남는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될까. 바로 F1을 활용하는 기업의 후원이 젖줄이다.

현재 F1에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무려 300여개다. 대부분은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글로벌 기업이다. 표면적으로 가장 활발한 스폰서는 역시 양산차 업체다.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연간 평균 2000억 원 정도의 자금을 모터 스포츠에 투자한다. 투자는 곧 판매로 이어진다. BMW의 M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의 SLR-맥라렌, 페라리의 엔초 페라리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슈퍼카들이 F1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 탄생했다.

부품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브리지스톤 타이어는 F1 타이어를 단독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1위가 됐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는 독일 F3경기와 F3유로 시리즈 등의 굵직한 F3 대회에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을 노리는 일반 기업의 입장에서 F1은 최고의 무대다. 이들은 F1이 가진 고품격의 이미지, 기술혁신에 대한 신뢰도에 편승한다. 무엇보다 올림픽·월드컵과 달리 연간 17~20회에 걸쳐 꾸준히 186개국의 TV를 탄다는 점은 놓치기 힘든 매력이다. 이들은 북미에서 인기 없는 축구, 유럽에서 무관심한 야구와 달리 F1은 5개 대륙 전체에서 고르게 팬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기업의 F1 참여가 활발한 것도 이때문이다. ING를 비롯, RBS·알리안츠·산탄더르(스페인 은행) 등 유럽의 금융 강호들이 앞다투어 F1에 참가하고 있다. 전자업체로는 필립스·파나소닉을 빼놓을 수 없다. 필립스는 자사의 면도기 선전에 F1을 자주 활용한다.

국내 기업들의 모터스포츠 진출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북미에서 야구보다 인기 있다는 나스카(NASCAR)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LG전자도 유럽GT선수권대회를 후원한 바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까지 F1 르노팀의 스폰서로 활동해 눈길을 끌었다.

오는 2010년 한국에서도 F1이 열린다. 이 기회를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다.

김재호 모터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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