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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솟구치는 짜릿함 … BMX 인기종목 데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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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베이징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올림픽의 막내둥이 BMX 경기장에는 익스트림 스포츠 특유의 즐거움과 여유가 넘친다. 승리를 향한 열정은 똑같지만 고상한 올림픽 정신이나 금메달을 향한 비장함은 찾아볼 수 없다.

남녀 결승전이 열린 22일 경기 내내 장내 아나운서가 흥을 돋운다. 덥수룩한 수염에 100㎏은 넘어 보이는 몸무게와 온몸의 문신까지, 어딘가 올림픽과는 어울리지 않는 미국인 장내 아나운서 마이클 레드맨(46)은 “와우, 저 점프 좀 보세요, 박수 부탁합니다”며 능숙하게 분위기를 이끈다.


굳이 장내 아나운서의 도움도 필요 없다. 모래가 튀고 자전거가 나는 모습만 봐도 관중은 경기에 빠져든다. 자전거 경주 이름이 ‘모터크로스(Motocross)’라고 불리는 이유는 오토바이의 굉음만 없을 뿐 마치 오토바이 경주를 연상시킬 만큼 박진감 넘치기 때문이다. 지면에서 10m 정도 솟아 있는 출발지점에서 약 30도 정도의 경사면을 내려올 때 속도는 시속 60㎞를 넘는다.

경주를 중계하는 장내방송이 아니더라도 BMX는 경마와 흡사하다. 출발지점의 바리케이드가 내려가면 선수들은 로데오 경기에 나온 들소처럼, 주로에 선 경주마처럼 뛰쳐나온다. 세 개의 곡선주로는 선수들의 운명을 좌우한다.

특히 첫 번째 곡선주로에서의 주행이 사실상 순위를 결정한다. 경사면에서 치고 나온 속도를 바탕으로 첫 번째 곡선주로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해야 선두를 바라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선수들 간의 충돌사고가 가장 잦은 곳도 바로 첫 번째 곡선주로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요철주로에서의 점프는 BMX 경기의 꽃이다. 두 번째 직선주로에 자리 잡은 가장 큰 점프대를 넘을 때 선수들은 10m 이상 하늘을 난다. 충분한 속도가 뒷받침돼야 점프가 가능하기 때문에 울퉁불퉁한 지면에서 리드미컬하게 자전거를 몰고 가는 기술이 꼭 필요한 종목이다.


이날 열린 남녀 결승전에서 각각 마리스 스트롬베르그스(라트비아)와 안카롤린 샤우손(프랑스)이 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의 영광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1위인 스트롬베르그스는 결승전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안쪽 레인을 배정받아 첫 번째 곡선주로에서 선두로 치고 나서며 승기를 잡았다. 스트롬베르그스의 금메달은 이번 대회 라트비아의 첫 금이었다. 미국의 마이크 데이와 다니 로빈슨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여자 결승전은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경기였다. 마지막 세 번째 코너에서 샤우손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이 뒤를 쫓던 현 세계챔프 샤나즈 리드(영국)가 샤우손의 안쪽을 파고들다 자전거끼리 충돌로 넘어지고 말았다. 산악자전거 다운힐 세계챔프였으나 올림픽 메달이 없었던 샤우손은 2년 전 은퇴한 뒤 BMX로 종목을 변경, 극적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베이징=장치혁 기자

◇BMX(자전거 모터크로스)=이번 올림픽에 새로 신설된 종목으로 스릴 만점의 익스트림 스포츠다. 남녀 각 370, 350m의 야외 트랙을 누가 가장 빨리 달리느냐를 가리는 경기다. 트랙에 울퉁불퉁한 언덕과 급격한 코너가 설치돼 있어 짜릿함을 선사한다. 보통 40초간의 주행에서 선수들은 점프대를 딛고 공중으로 솟구치는가 하면 회전 구간에선 급정거 도중 다른 선수와 부딪혀 엉키기도 한다. 세계적 선수들은 한 번 뛰어오를 때 10~12m 거리를 날아가기도 한다. 일반 경주용 자전거보다 작은 차체 및 바퀴(20인치·경주용은 27인치)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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