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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따라 달라진 술 종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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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해방 직후만 해도 대학생들에게 술은 사치였다. 가난했던 1950~60년대 막걸리나 약주에 부침개를 먹으면 최고였다. 60년대 등장한 라면은 최고 안주로 사랑받았다. 선배들의 강요도 별로 없었다. 70년대 들어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다.

유독 고려대에만 '사발식'이 존재했다. 이 대학 65학번인 신방과 김민환(59)교수는 "타대 학생들로부터 일제 문화의 잔재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관제 교육의 때를 대학 입학과 함께 토해내라'는 의미에서 치러진 의식이었다"고 회고했다.

70년대 후반부터 소주가 각광받았다. 이 시기부터 유행한 게 바로 학사주점. 이곳에서 학생들은 계란말이.고갈비(고등어 구이) 등을 안주로 술을 마셨다. 교정도 학생들의 술자리로 애용됐다.

또 90년대 초까지 저항문화가 대학가를 지배하면서 선.후배 관계가 군대식으로 변했다. 군사문화와 체제에 대한 저항이 문화적 동화(同化)로 이어졌다. 사발주.운명공동체주(술을 큰 통에 넣고 참석자들이 차례로 마신 뒤 마지막 사람이 모두 비우는 것), 파도타기주(차례로 술잔을 비우는 것)가 등장했다.

서울대 88학번 조호현(36)씨는 "당시 선배가 술을 따라주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며 "지금 세대와는 선배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고 말했다.

민동기.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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