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여행>브라질-적도열기 가득한 클라리넷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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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클라리네티스트를 만났을 때 리처드 스톨츠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잘하긴 하지만…정통주의자는 아니죠』라는 그의 의견에 수긍할 수 만은 없었는데,그것은 정통하지 않은 연주자에게 그래 미상이나 에버리 피셔상이 주어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명백한 것은 이 솜씨좋은 클라리넷 주자가 관악기 분야에서는 최초로 크로스오버 장르개척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89년에 내놓은 『비긴 스위트 월드』는 거의 1년 이상 차트를 지키고 있었고 주디 콜린스와 함께 한 『이너 보이스』『뉴욕카운터 포인트』의 탁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다만 이처럼 실험적인 신선함으로 시작했던 크로스오버가 최근 영 화음악 중심의대중주의로 흐르는 것이 조금 아쉬울 뿐,그럼에도 그는 필자의 「편견」으론 케니 지를 능가하는 초일류급 연주자다.
상큼한 열대 과일을 한입 베어 문 느낌.스톨츠만의 91년 앨범 『브라질』을 처음 들었을 때의 소감이다.그 음악들은 적도의열기와 원색이 주조를 이루지만 품위와 우아함을 지켜내고 있다.
클라리넷의 내성적인 취향 때문일까.또 개리 버톤 (마림바)이나빌 더글러스(키보드)등 내로라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우정출연은 스톨츠만의 친구들 세력이 파바로티와 그의 친구들 세력에 전혀 손색없음을 과시한다.빌라 로보스 등 현대작품 조차 어려움없이 귓전에 솔솔 들어오는데,스톨츠만의 푸근한 마음 씀씀이가 가까이느껴지는 듯하다.6월7일 내한공연에서 그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음반평론가> 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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