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손길로…] 7. 김성호 목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 김성호 목사는 다리가 불편하다. 하지만 그게 이웃에 사랑을 전하는 데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매주 화.목.토요일 오후 7시 서울 양천구 구민체육센터 수영장에선 일반인과 장애인의 '아름다운 만남'이 이뤄진다.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물의 친구'가 된다. 수영이 끝나면 귤과 오징어를 나눠 먹고, 샤워장에선 서로 등도 밀어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0여분 동안 세상은 하나가 된다.

하지만 3년 전만 해도 '어색한 만남'이었다. 체육센터에선 장애인의 출입을 꺼렸다. 장애인을 가르칠 강사가 여의치 않았고, 일반인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남들 앞에서 수영복을 자신있게 갈아입는 장애인도 드물었다.

지난 3년을 돌아보는 김성호(47)목사의 감회는 각별하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가 주위의 눈총을 무릅쓰고 수영장에 들어온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열네명의 동료가 있다. 두 다리를 쓰지 못하면서도 25m 레인을 왕복 20번, 즉 1㎞ 거리를 팔 힘으로만 거뜬히 헤엄치는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또 자신의 기량을 추월하는 다른 장애인을 볼 때 여간 흐뭇한 게 아니다. '못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가 이렇게 클지는 생각도 못했다. 신은 그의 다리를 앗아갔으나 동고동락하는 동료를 주었다는 사실에 날마다 감사한다.

"물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유롭습니다. 이 자유를 많은 장애인과 나누고 싶어요. 집에 웅크려 숨어 있는 장애인을 물로 이끄는 게 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는 한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다리가 굳어졌다. 불편한 몸에도 중앙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안경고등기술학교를 마친 그가 '장애인 사역'에 뛰어든 데는 남다른 아픔이 있다. 1995년 장애인 서클에서 만난 아내를 결혼 석 달 만에 잃고 절망의 늪으로 떨어졌던 그는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과 동고동락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순복음신학원과 한세대 목회대학원을 졸업하며 늦깎이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02년 11월 서울 신정동에 아둘람교회를 개척했다.

아둘람교회는 '초미니 교회'다. 다섯평도 채 안 되는 좁은 공간인 데다 신자도 열명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편안해 보였다. 신학생 시절 시작한 장애인 수영 지도는 시작일 뿐이다.

"장애인은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큰 부담입니다. 예컨대 저만 해도 그래요. 저를 돌보느라 올해 일흔다섯의 노모가 고생이 말이 아닙니다. 그런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싶습니다. 장애인이 자신을 돌볼 정도가 되면 가족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수영은 자립을 향한 준비작업입니다. 여유가 생기면 컴퓨터도 가르치고, 간단한 직업훈련도 해서 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돕겠습니다."

김목사는 경기도 문산에 산다. 집에서 교회까지 마을버스.지하철.버스 등 온갖 교통편을 거치면서도 "운동이 되니 좋다"고 웃는다. 그에겐 한가지 소망이 있다. 지하에 있는 교회를 지상으로 옮겨 장애인과 함께 예배를 보는 것이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환영해요. 세상은 꿈을 키워가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02-2647-3842.

글.사진=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