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성 가득한 연극같은 드라마-동아TV "블루스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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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실험성 강한 이색 드라마 한편이 케이블TV를 달구고 있다.
여성전문 동아TV(채널34)가 13일부터 매주 월~목요일 밤10시에 28부작으로 방영중인 『블루스하우스』(극본.연출 하재봉)가 바로 화제의 드라마.
지난해 10월 방영됐던 HBS(채널19)미니시리즈 『작은 영웅들』에 이어 케이블 TV에서 두번째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90년대 사이버 펑크 세대의 생각과 삶을 감각적 영상으로 압축한작품이다.
『작은 영웅들』이 축적된 역량을 요구하는 드라마 제작에 케이블은 부적절하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면 『블루스하우스』는 지상파방송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파격적 묘사로 화제를 모았던 자신의 동명소설을 영상으로 선보이게 된 연출자 하씨는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방황을 통해 생의 신비와 허무를 기존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낯설고 충격적인 영상으로 잡아보겠다』며 남다른 의지를 보인다. 주인공들의 면면도 이채롭다.현실과 이상사이를 방황하는 20세기 사이버 펑크족 「다다」역은 전위연극배우로 방송나들이가 처음인 심철종이 맡았다.
그런 다다의 이상 세계를 상징하는 맑고 순수한 「유리」역은 모델 박영선이,출세욕에 불타는 현실적 인간형 「미리」역엔 이종은이 각각 나섰다.
이밖에 연극배우 이호성과 홍대 미대생.전위음악 DJ도 특이한캐릭터로 분위기있는 장면연출에 일조하고 있다.
첫회 첫장면부터 이미 전편에 흐르게 될 영상의 실마리가 제시됐다. 음울한 분위기의 지하도.스킨헤드에 레옹모자를 쓴 다다가질주하는 모습을 카메라가 역동적으로 뒤쫓는다.
극도로 정적인 흑백화면이 바로 이어진다.카메라는 다시 다다의목덜미를 실핏줄마저 드러나 보일 정도로 밀착해 보여준다.
가장 압권은 주된 배경인 카페 블루스하우스 안에서 벌어지는 화성인과 함께 벌이는 사이버 퍼포먼스.「하늘의 문을 두드리며」라는 타이틀아래 사이버 펑크세대들의 고통에 찬 삶의 초월과 새로운 자아찾기를 전위적으로 그려내는 사이 옆 화장 실에선 남녀의 격렬한 정사장면이 교차된다.
드라마 중간중간 독백처럼 툭툭 던져지는 다다의 질문 속엔 삶의 본질적 물음들이 진지하게 담겨있어 극의 무게를 더한다.
「한편의 낯선 연극」같은 인상을 주는 이 드라마는 호기심많고튀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을 이미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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