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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셰프 맛·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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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방의 두 별이 세계인의 입맛을 겨냥한 한식 새 메뉴를 만들어 서울 한복판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김소희(43)씨는 오스트리아에서 ‘킴 코흐트’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현지 TV요리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있는 인물. 주된 메뉴는 한방건강식을 중심으로 한 동양식이다. 이에 맞서는 레오강(32)은 런던의 미슐랭 3스타 ‘고든 램지’의 두바이 분점 헤드셰프까지 지냈다. 현재는 여행레저 월간지 ‘프라이데이 콤마’의 고정 칼럼리스트이면서 레스토랑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이 두 조리사가 선보이는 글로벌 한식은 23일부터 서울 청계광장 등에서 열리는 ‘서울푸드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메뉴로 꼽힌다. 김소희씨는 24일 오후 7시, 레오강은 25·27일 같은 시간에 등장한다. 두 스타급 셰프가 각기 독특한 개성으로 풀어낸 한식 세계를 미리 맛봤다. 더불어 이들이 말하는 한식 세계화를 위한 조언도 귀담아 들어봤다.

백혜선 기자 사진=김민규·양광삼 기자

김소희의 '불고기 얹은 당귀 수제비'

 단순한 수제비지만 조리법이 만만치 않다. 국물은 멸치·무·다시마를 넣고 멸치액젓으로 간을 맞춘다. 수제비는 당귀를 갈아 넣어 푸른색으로 반죽한다.

일반 수제비와 달리 반죽을 끓는 국물에 바로 떼어 넣지 않는 게 김소희표 수제비의 특징. 다른 국물에서 수제비만 따로 익혀 옮겨 넣는다. 그래야 국물이 탁하지 않아 재료 각각의 맛을 느낄 수 있단다. 여기에 볶은 불고기와 단호박·미나리·배·신선초 등의 고명을 듬뿍 얹는다. 익숙한 재료지만 조합의 결과는 우리의 입에도 낯설다.

음식을 완성하고 먹는 법을 설명한다. “고명을 국물에 섞어 수제비와 함께 숟가락으로 떠드세요.” 먹는 법을 설명하는 데서 킴 코흐트에서 외국인들에게 가르치던 습관이 그대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에게 제일 먼저 알려준 한국 음식이 쌈이었어요. 손 위에 상추를 올려 쌈을 싸는 게 젓가락과 숟가락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쉽기 때문이었죠.” 먹는 방법을 배우다 보면 음식을 알게 되고, 아는 음식이 하나 둘 늘다 보면 음식문화도 이해하기 때문이란다.

‘AS’도 놓치지 않는다. 자신의 음식을 먹고 난 이들에게 꼭 맛이 어땠는지 묻는다. 질문은 구체적이다. “국물이 짠가요?” “당귀 맛이 어때요?” 겸손하고 친근감이 넘친다. 그녀가 이국 땅에서 인정받은 이유인 모양이다.

레오강의 '감자가 있는 홍어구이'

해외유학파 조리사답게 유럽의 조리법에 기반을 두고 한국의 재료를 가미한 메뉴다. 신선한 홍어를 볶은 쌀가루에 묻혀 팬에 노릇노릇 구워낸다. 여기에 오렌지·자몽·라임·레몬·민트·통후추·올리브오일로 만든 소스를 두르고 으깬 감자를 함께 내놓는다.

암모니아 냄새만 폴폴 풍기는 삭힌 홍어가 아닌, 향긋하고 부드러운 홍어 구이다. 부드럽고 차진 홍어 속살과 바삭한 쌀가루 표면이 입안에서 부딪침 없이 조화를 이룬다. 고소한 홍어 살과 매콤새콤한 소스가 또 다른 대비의 묘미를 선사한다.

사실 홍어는 유럽에서도 즐겨 먹는 재료다. 주로 스테이크로 먹는데 레오강은 우리 쌀과 접목시켜 기존 음식에 변화를 준 것이다.

“한국 음식을 해외에 알리려면 그들의 재료로도 한식을 만들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외국 요리사들도 한국의 조리법을 이해해 만들어 볼 엄두라도 내지요.”

남의 입을 공략하려면 우리 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란 레오강의 얘기다. 이어 새로운 스타일의 한식 창조가 시급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럽에선 프랑스식·이탈리아식 같은 정통 스타일이 통하지 않아요. 오트 퀴진(Haute Cuisin·최고급 요리)의 장르로, 고든·노부 등 각 스타 셰프 특유의 요리들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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