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씨 유전사업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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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대중 정부 시절 권력형 비리 사건인 ‘최규선 게이트’로 유명한 최규선(48)씨가 다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최씨가 추진하는 해외 유전 개발 사업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중수부 관계자는 “최씨가 대표로 있는 해외 자원개발 기업인 유아이에너지와 계열사를 최근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씨가 주도한 유전 개발 사업이 실제보다 부풀려지거나 사실이 왜곡됐다는 의혹과, 최씨가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 최씨와 관련한 의혹을 포착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유아이에너지사의 회계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또 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유전 개발 사업의 구체적인 추진 경과를 조사 중이다.

유아이에너지는 지난해 11월 이라크 바지안 광구의 오일과 가스 탐사를 위한 한국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잇따라 추진해 왔다. 한국컨소시엄에는 석유공사와 SK에너지 등 대기업도 함께 참여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라크 중앙정부는 이 컨소시엄이 쿠르드 자치정부 측과 맺은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사 주가는 수천원대에서 1만원대까지 올랐다. 21일 하한가를 기록한 이 회사 주가는 3615원이다.

최씨는 2002년 ‘최규선 게이트’ 로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는 알선수재·뇌물공여 등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2006년 출소한 그는 해외 자원 개발 사업으로 재기를 시도했다. 아랍권과 미국 등 해외 인맥을 활용해 이라크와 멕시코 해외 유전 개발 사업을 잇따라 추진했다.

유아이에너지는 해외 저명 인사들을 회사 고문으로 영입했다. 이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엔 스티븐 솔라즈 전 하원의원과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교수, 밥 호크 전 호주 총리, 제프리 존스 전 주한 미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고문으로 올라 있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교 정책 고문인 앤서니 레이크 전 국가안보담당 보좌관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미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되던 올 2월엔 한국 증시에서 유아이에너지사가 ‘오바마 수혜주’로 평가되기도 했다.

김승현 기자

◇최규선 게이트=2002년 최씨가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홍걸씨와 함께 복표 사업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해 금품을 수수한 사건. 수사 결과 국회의원과 대통령 친인척 등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최씨와 김홍걸씨 등이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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