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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방위력’을 현실화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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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사태와 관련해 오늘날 유럽 군사력이 차지하는 가치와 무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럽이 어디로 가기를 원하느냐’와 ‘유럽이 달성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유럽연합(EU)의 목표는 27개 회원국이 공유하는 자체 외교정책으로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모든 외교정책이 효과적인 군대와 민간 자원의 뒷받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는 EU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경쟁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토가 정치군사적 동맹인데 반해, EU는 회원국의 발전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게다가 나토는 힘있는 국가의 군사력에 기대고 있다. 반면 EU는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노력에 의지해야만 한다.

두 가지 핵심적인 이유 때문에, 나토와 유럽의 안보방위 정책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첫째, 몇몇 나라는 도움을 받으려고 특히 유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나 중동 국가 중 일부는 정치적·역사적·문화적 이유로 나토보다는 유럽의 지원을 요청하는 성향이 더 강하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는 테러에 의해 야기된 것과 같이 나토가 대응하기가 더 유리한 위기들도 존재한다. 회원국의 현재 자원을 감안하더라도 EU는 혼자 힘만으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무를 다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EU는 포괄적인 접근법을 통해 위기관리 노하우를 쌓아 가고 있다. 군사적 자원은 여러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 최근 브뤼셀에서 창설된 민간계획행동능력(CPCC)은 군대 지휘체계와 같은 시스템에 근거한 것으로 EU의 단결된 행동을 보증한다. 군사력을 동원하려면 임무에 적합한 유능하고 유연한 병력이 필요하다. 그들의 주요 과제는 이동과 정보 수집, 그리고 필요하다면 전투를 수행하는 일이다. 그들은 또 긴장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가능한 한 최선의 통제력을 발휘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정신적 능력과 저항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다국적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차원 높은 단결을 필요로 한다. EU ‘전투 군단’은 그래서 다국적군으로서 작전을 수행하는 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군사 자원에 ‘유럽’이라는 라벨을 붙인다. 그리고 필요한 곳에서 그들은 해·공군의 신속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무장개입이 결정되면,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 자원들이 모두 구성되는 것이다. 대략 15개의 전투그룹이 지금까지 창설됐는데, 이 중 두 그룹은 6개월씩 상시 대기상태에 있다.

EU는 또 잘 알려진 대로 전략적인 항공수송 분야와 전투지원 분야의 능력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유럽방위청(EDA)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운영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DA가 EU 군사위원회와 긴밀한 협력하에 개발하고 있는 능력개발계획(CDP)은 유럽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연대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국 지금 EU 27개 회원국 모두가 공공지출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작전을 위한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필요로 한다. 정치적 연대는 효과적인 ‘자금연대’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 현행 유럽안보방위 정책과 미래의 공동안보방위정책(CSDP)은 그것들을 실행할 책임이 있는 회원국이 소요되는 자원들을 함께 떠안을 때 제대로 굴러갈 것이다. 이는 유럽의 외교정책이 정해지면, 국가적 고려에 우선해 유럽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앙리 방테즈아 유럽연합 군사위원회 의장, 정리=박경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