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진경시대 미술'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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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조선조의 문화 역량이 당대 세계 최고 수준이었음을 입증하는 진경시대(眞景時代)의 다양한 미술품을 한눈에 돌아볼 수 있는 종합전시회가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에서 열린다.
개관 25주년 기념으로 19일 간송미술관에서 개막,6월2일까지 진경시대 회화.도자기.서예작품중 진수를 보여주는 1백50여점이 전시된다.
특히 겸재(謙齋)정선(鄭)의 『교남명승첩(嶠南名勝帖)』『관동명승첩(關東名勝帖)』등 처음 공개되는 30여 작품까지 포함돼 관심을 모은다.
진경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작가가 망라돼 있으며 종류도 산수.
인물.영모.도석등 회화와 도자기.서예 및 당시의 대표적 전적까지 다양해 진경시대 우리 문화가 얼마나 뛰어났는가를 확인시켜 준다. 숙종 원년(1675년)에서 정조 말년(1800)에 이르는 진경시대는 조선성리학을 바탕으로 한국적 미술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조선 후기문화의 절정기.
겸재등이 조선 특유의 실경산수를 선보인 초기를 거쳐 1710년대를 전후해 2세대인 현재(玄齋)심사정(沈師正),표암(豹菴)강세황(姜世晃)등이 중국의 영향을 반영한 작품을 보인 중기에 이어 1745년을 전후해 단원(檀園)김홍도(金弘道 ),혜원(蕙園)신윤복(申潤福)등이 대미를 장식하며 새로운 시대로 넘어간 시기다. 이번 전시는 앞의 작가를 비롯,화재(和齋)변상벽(卞尙壁),긍재(兢齋)김득신(金得臣),삼기재(三奇齋)최북(崔北)등 주요 작가와 영조의 『연강시』및 정조의 『정혜공연시』등 서예작품,혜경궁 홍씨의 친필 책자인 『열녀전(烈女傳)』등 진경 시대를 꽃피우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왕실일가의 작품까지 포함돼 동시대 문화의 전모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관심의 초점은 처음 공개되는 겸재의 『교남명승첩』과 『관동명승첩』이다.모두 58쪽으로 된 『교남명승첩』은 겸재가 청하현(현 경북영일군)현감재직때 해운대등 영남지방의 명승을 사생한 작품.
그동안 작품 일부만 공개됐으나 이번에 그 전모를 보게됐다.겸재가 63세때 그려 원숙미가 돋보이는 『관동명승첩』은 강원도고성에서 통천으로 넘어가는 바닷가 풍경을 담은 『천불암』,평강에있는 『정자연』등 11폭의 명품이 담겨있다.
또 혜원의 풍속화첩인 『혜원전신첩』중 처음 일반에 선보이는 『단오풍정』등 10여점과 『청화백자양각진사철채란국초충문병』등 이 시대를 장식하는 명품 도자기등도 관심을 끈다.
전시를 기획한 최완수(崔完洙)간송미술관 학예실장은『일제 식민사관으로 폄하돼왔던 조선문화의 우수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온 지난 25년간의 활동을 결산하는 전시다.진경시대 문화예술의 단초에서부터 절정기,찬란한 노을처럼 끝을 맺으며 새 시대로의 전환점 역할을 한 단원.혜원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고유색 짙은 미술품들을 만들어 냈던 진경시대 문화의 실체를 종합정리하고자 한다』고 전시의의를 밝히고 있다.(02)762-0442.
김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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