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금융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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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안정세를 찾아가던 금융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21일 코스닥지수는 3년 만에 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1050원을 넘어서며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9.73포인트(1.93%) 떨어진 495.15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가 500선 밑으로 내려온 것은 2005년 8월 30일(497.05) 이후 거의 3년 만이다. 지난해 840선(7월 13일)까지 치솟았던 때와 비교하면 40%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최고치에 비해 27% 하락한 코스피지수보다 낙폭이 훨씬 큰 것이다.

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거래가 원활치 못한 데다 시장을 이끌 만한 종목도 없어 당분간 코스닥시장의 반전을 기대하긴 힘든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도 28.12포인트(1.83%) 밀리며 1510선으로 하락했다. 외국인은 이날(약 1200억원)을 포함해 최근 사흘간 1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19일까지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31조8727억원어치로,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순매도액(30조5608억원)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6원 오른 1054.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5년 10월 25일(1055원) 이후 최고치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생긴 원화를 달러로 바꾸고,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환율이 크게 뛰었다. 개장 후 얼마간 환율 오름폭은 크지 않았다. 전날에 이어 외환 당국의 개입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판까지 외환당국이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자 본격적인 오름세를 타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홍승모 차장은 “외환당국의 의중을 예의주시하다 개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장 막판에 오름폭이 커지는 현상이 이달 들어 지속되고 있다”며 “마지노선이라 여겨졌던 1050원 선까지 뚫렸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하지 않는 한 환율은 더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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