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영상 리포터] 중국, 돈도 '짝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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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위폐에 대한 중국인들의 두려움을 알 수 있다. 택시를 타고 요금을 내면 기사는 받은 지폐를 햇빛에 비춰보고 문질러본다. 담뱃가게에서 담배를 사고 담뱃값을 지불해도 위폐 확인을 한다. 100위안(한화 약 1만5000원)이든 20위안(한화 약 3000원)이든 여지가 없다. 실제 2002년 중국에서는 전체적으로 11억6000만 위안의 위조지폐가 접수되었는데, 이 가운데 공안기관에서 접수한 것이 5억5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고 금융기관에서 접수한 것이 6.1억 위안으로 45% 증가했다. 중국 국무원 반위폐공작연석회의판공실에 따르면, 중국에서 현재 유통되는 지폐 및 동전에는 모두 위폐가 있으며 100위안, 50위안 등 고액지폐뿐만 아니라, 심리상 허점을 노려 소액권 동전을 대량 제조하는 사건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후난의 한 지역에서는 자그마치 26만 위안에 달하는 1위안짜리 동전을 제조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히 상인들. 이들이 손님에게 받는 돈을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상인들 다음으로 피해를 보는 이는 바로 유학생과 관광객이다. 위조지폐로 피해를 보더라도 사회주의 국가라는 장벽이 이들을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 최성우 씨는 “한국에서 송금 받은 돈을 중국에 진출한 한국은행에서 찾았으나 그것이 위폐였다. 중국 진출한 한국은행들도 인민폐의 위조 여부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올림픽 특수로 인한 외국 관광객의 증가로 위폐 역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위폐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외국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더불어 위폐에 관련된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중국인들 사이에 팽배하게 자리 잡은 ‘부관셴스’(不關閑事,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마라)다.

위폐를 발견해도 공안에 신고를 하는 사람이 드물고 그 이유가 위폐를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며, 공안에 신고하더라도 위폐를 빼앗기고 귀찮은 일만 더 생긴다는 것이다. 즉 자신은 그 위폐를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게 사용하면 그뿐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세계 제일이라는 중화민족 이념이 짙은 중국인들. 어쩌면 인민폐의 위조 문제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참견하지 말아야 할 ‘부관셴스’일지도 모른다. (자료=KOTRA)

뉴스방송팀 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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