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으로본美한반도정책>4.공화당 의회와 대안없는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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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는 11월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 전념키 위해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직과 의원직을 사퇴한 봅 도울은 지난주 외교연설에서 『우유부단한 클린턴이 북한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공화당은 기본적으로 클린턴 정부의 대북한(對北韓)정책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애리조나주 출신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베트남전에서 해군 조종사로 활약하다 포로가 된 경험이 있는 그는 미국으로 생환한 뒤 전쟁영 웅 대접을 받았고 그런 경력을 발판으로 83년 하원에 진출했다.
상원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 소위 공화당 간사를 지냈던 프랭크 머코스키의원(알래스카주)도 매케인 못지않게 클린턴 정부에 비판적이다.그는 지난해 12월 민주당의 폴 사이먼 상원의원과 함께 북한을 방문,김영남(金永南)외교부장 등을 만 났다.
북한방문 후 사이먼의원은 지난 1월 클린턴 대통령에게 북한에대한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고 머코스키의원도 대북 강경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렸다.그러나 머코스키는 여전히 북.미 관계진전에 앞서 남북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한국쪽 을 거들고 있다. 상원 동아.태(東亞.太)소위위원장 크레그 토머스의원(와이오밍주)은 매케인.머코스키의 활동에 눌려 지내는 편이지만 클린턴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생각은 그들과 비슷하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공화당의 제시 헬름스의원도 확실한 보수성향을 표출하면서 머코스키.토머스의원 등의 활동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민주당 출신으론 오랫동안 군사위원장을 지낸 샘 넌의원(조지아주)을 주목할만 하다.한국에 대해 가장 깊은 이해를 표시해온 그는 미국이 북한에 밀리는 인상을 풍길때 클린턴 정부에 대해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94년초 북한 핵위기가 고조되고 있을때 미국의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 지도부에 전달하기 위한 대통령 특사로 공화당의 리처드 루가상원의원과 함께 고려되기도 했던 인물이나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상원 동아.태 소위 소속인 민주당의 찰스 롭의원도 비교적 한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해병장교 출신으로 린든 존슨대통령 때(63~69년)백악관서 근무하다 대통령의 딸을 만나 결혼했다.버지니아주 부지사와 지사를 역임했는데 장인인 존슨 전대통령의 후광을 많이 입었다.그는 88년부터 상원에 입성,군사위.외교위에서 활동해 왔다.
하원쪽을 보면 공화당에서 더그 비라이더 국제관계위원회 아.태소위위원장이 눈에 띈다.78년부터 하원에서 활동해온 그는 지난해 봄.가을 두차례에 걸쳐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관계 개선노력에 엄격한 제약을 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 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하원은 그동안 북한 핵문제.식량난 문제등과 관련해 기회있을 때마다 청문회를 개최하고 민주당 행정부의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대북 정책에 관해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북한이 남한과의 직접 대화에 응할 때까지 미국은 북한과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도울의 외교연설)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공화당은 북한 핵문제 해결의 기본 틀이 된 94년10월의 제네바 기본합의를 당시에는 비판했지만 지금은 『더 나은 대안이 없다』고 수용하는 입장이다.다만 북.미 협상 태도와 방식에 대해 클린턴측을 비난할 뿐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의원 활동을 지원하는 입법조사국도 관심대상이다.
이들중 주목할만한 인물은 래리 닉쉬.그는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수차례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 의회와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쳐왔다.그는 북한 핵문제 처리과정에서 노출된 한.미 갈등이 상호안보협력에 부정 적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여러번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인 신인섭씨도 이곳에서 연구관으로 일한지 오래됐다.미.일관계와 일본의 국내정치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북한 핵문제가 대두되자 북한의 외교행태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보고서를 작성,상당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프린스턴대서 역사학을 전공한 신씨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국 관련 각종 회의에 거의 매번 초청받을 정도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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