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대종살리기>설악 녹색연합,생태조사.서식지보호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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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산세 험한 기암절벽의 가파른 바위틈에 살고있는 산양(山羊.천연기념물 2백17호).
소 과(科)동물의 원시적인 조상 모습을 그대로 간직,「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산양이 내설악에서 목격돼 보호운동이 활발하다.민간환경단체인 설악녹색연합(회장 박그림)은 지난 겨울 내설악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산양 3~4마리를 보았 다는 주민들의 신고에 따라 생태조사와 밀렵감시활동 등을 통해 서식지 보존에 나섰다.이와함께 그동안 설악산에 살았거나 현재 서식할 것으로 추정되는 반달가슴곰.사향노루.하늘다람쥐.산양등 천연기념물 가운데 이번에 발견된 산양을 내설악의 「깃대종」으로 삼기로 했다.산양이 설악산의 전반적인 생태계 회생을 꾀하는 대표종으로 안성맞춤이라는 설명.
강원도인제군북면 내설악 백담사에서 수렴동계곡을 따라 7㎞쯤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백운계곡과 용아장성.귀때기청봉이 우람하게 나타난다.
군데군데 소나무들이 뻗어있는 험준한 바위산이 산양의 서식처.
겨울철 수북이 쌓인 눈을 피해 먹이를 찾으러 내려왔던 산양 가족이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수렴동대피소 관리인 이경수(李慶洙.56)씨는『서너마리가 무리지어 다니다 인기척에 후다닥 산속으로 달아나곤 한다』며 『봄철에는 산양 똥이 자주 발견된다』고 전했다.산양 숫자는 설악산 전체를 통틀어 10마리 미만에 불과할 것으로 주민 들은 추정하고 있다.기록에 따르면 산양은 설악산.태백산.충북월악산.경북주흘산 등에 폭넓게 분포돼 있었으나 6.25이후 남획 등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특히 64~65년 대폭설때 3천여마리가 잡히거나 굶어죽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다.
82년 향로봉과 내설악에 40여마리가 살고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이후 숫자가 격감했다는 것.
이에따라 설악녹색연합은 속초환경운동연합.속초경실련준비위.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고성녹색사랑회등 단체및 주민들과 연대,감시단을 만들어 밀렵을 막고 등산객들의 자연보호를 유도할 계획이다.나아가 산양 캐릭터를 이용한 기념품과 T셔츠. 생태사진집.
엽서를 만들어 서식지 보호를 홍보할 예정.또 설악산의 소중함을일반에 알리기 위해 이달초 개설된 「설악산 자연학교」프로그램에깃대종 운동을 포함,생태기행을 통해 산양서식지를 돌아보고 발견된 산양마다 「날쌘돌이」「털보아저씨 」등으로 고유한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설악산관리사무소 용석원(龍錫元.38)백담분소장은『몰이꾼들이 수렵금지구역 밖으로 산양을 몰아낸뒤 밀렵한다는 소문이 돌아 감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건초등 야생조수의먹이를 헬기로 투하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내설악=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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