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인기 종목의 설움 달래 줄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코노미스트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공기소총 10m 경기장, 강초현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김정 당시 한화갤러리아 사장(현 고문)과 사격의 인연이 시작됐다.

1986년 대전의 동양백화점을 인수한 한화가 마침 대전 유성여고에 재학 중이던 강초현 선수를 후원하기로 결정한 것. 한화 관계자는 “지역에 기여하고 비인기 종목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고 후원 목적을 밝혔다.

김 고문은 2002년에 대한사격연맹회장을 맡아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한화가 강초현 선수를 주목한 것은 무엇보다 잠재력이 큰 스타였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의 최고 스타인 박태환 선수와 SK텔레콤도 비슷한 경우다. SKT는 박태환 선수의 ‘글로벌 잠재력’을 보고 지난해 5월부터 대대적인 후원과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후원사는 SK다. SK를 스포츠계로 뛰어들게 한 주인공은 바로 ‘2002월드컵’이다. 경영진은 전에 없는 뜨거운 국민적 호응을 얻은 월드컵에 이어 ‘2002부산아시안게임’을 보면서 이 열기를 앞으로도 지속하기 위해 비인기 종목을 발굴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개인, 단체로 나눠 몇 가지 종목을 검토한 끝에 펜싱과 핸드볼이 ‘당첨’된 것이다. 당시 펜싱은 후원사였던 대우그룹의 부도로 갈 곳 없는 처지였다. 조정남 전 SKT 부회장은 장영수 전 대우건설 사장에 이어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장을 맡아 왔고, 최태원 회장은 2006년부터 핸드볼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조 전 부회장은 “은메달이라 아깝게 됐지만…. 기량 면에서는 세계 수준임을 확인했다”며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CEO가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종목을 후원하기도 한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서울사대부고 시절 선수로 활동한 인연으로 14년 동안 레슬링협회장을 맡았다.

강영중 대교 회장은 배드민턴을 즐기는 어머니 영향으로 97년 방수현 선수를 영입해 여자배드민턴 팀을 창단했고 현재 세계배드민턴연맹회장을 맡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강 회장의 어머니가 강 회장 운전기사와 배드민턴을 워낙 자주 쳐 운전기사의 부인까지 대회에서 상을 탈 정도라고 했다.

잘 알려진 대로 정몽구 회장-정의선 사장은 2대에 걸쳐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이 19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며 선수들을 위해 심박수 측정기 등 첨단 장비를 잔뜩 사왔다는 일화도 있다. 2005년 회장을 맡은 정 사장도 아버지 못지않게 애정을 보인다는 평가다.

천신일 세중 회장은 오랜 친분이 있는 이건희 전 회장으로부터 레슬링협회장을 이어받았다. 조양호 한진 회장도 77년 협회장을 지낸 작은아버지인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에 이어 올해 대한탁구협회장으로 추대됐다.

70, 80년대에는 정부가 대기업에 비인기 운동 종목을 할당해 의무 지원하도록 했다. 그 때문인지 90년대에는 후원이 주춤했지만 2000년대 들어 기업들은 마케팅, 사회 공헌 등 자발적 의지로 스포츠계와 손을 맞잡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951호>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J-Hot]

▶ 물불 안가리고 된 공무원 '초임 127만원'

▶ 美 차세대 우주선, 실험중 처참한 '쾅'

▶ 남성은 왜 잘록한 여성 허리에 열광하나

▶ 유인촌 장관을 '꼴찌' 경기때 보고싶은 이유

▶ 팔걷은 北 "외국인 북한관광 반값!" 베이징 세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