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봅 도울 원내총무 왜 갑자기 물러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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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봅 도울 상원 원내총무의 전격적인 의원직 사퇴선언은 「전부 아니면 무(無)」의 도박성을 띤 승부수라 할 수 있다.
도울은 15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제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오직 국민의 심판만을 기다릴 것이며 내가 갈 곳은 백악관 아니면 집밖에 없다』고 백악관 입성을 위한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도울은 당초 원내총무직을 수행하면서 입법활동을 과시하고 빌 클린턴대통령으로 하여금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법안에 서명을 강요함으로써 선거운동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11월 선거를 6개월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는 도울이 유권자 지지도에서 클린턴대통령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울은 이같이 어려운 상황을 만회하고 선거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35년동안의 의회경력을 마감하고 대선승리를 위한 배수진을 친 것이다.
또 대통령에 버금가는 상원 원내총무를 다른 의원에게 넘겨 공화당내 지도부의 조직을 다지는 한편 출신지인 캔자스주 상원의원직에 도전할 공화당 인사에게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는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울은 기자회견에서 『이미 2개월전 사퇴결심을 하고 60일동안 철저히 비밀을 지켰다』고 말했다.도울은 하루 전날까지 공화당 지도부인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에게도 알리지 않았을 정도로선거전에서 사퇴 「깜짝 쇼」가 가져다줄 이미지 상승 효과를 노렸다. 도울은 또 빠른 시일안에 러닝메이트(부통령후보)를 선정하고,콜린 파월 전합참의장의 국무장관 기용방침을 공표하는 「제2의 깜짝 쇼」를 연출,클린턴대통령을 추격한다는 전략인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워싱턴=진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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