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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블로그] 유인촌 장관을 '꼴찌' 경기에서 보고싶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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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6일 베이징 올림픽에서 ‘헤라클레스’ 장미란 선수의 경기를 관람했다. 처음부터 세계신기록 수립과 금메달 획득이 예상됐던 경기였다. 유 장관은 관중석 맨 앞자리에 앉아 장미란이 바벨을 들며 기록을 갈아치울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유 장관은 15일 베이징 올림픽 그린 양궁장도 방문했다.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박경모, 이창환, 임동현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7일엔 친황다오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축구 D조 1차전 한국-카메룬의 경기를 관전했다. 9일엔 베이징 국가올림픽체육센터에서 열린 한국 여자핸드볼 첫 경기인 예선 러시아전을 봤다. 유 장관은 경기를 관람한 뒤 김진수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에게 전용 경기장의 조속한 건립을 약속했다. 여자 탁구 단체전 3ㆍ4위 결정전과 남자 하키 벨기에전, 남자 핸드볼 이집트전, 야구 일본전 등에도 응원을 나섰다. 유 장관의 '행보'를 추적해보면 결국 인기 종목이나 메달이 예상되는 효자종목들에 발걸음을 옮긴 셈이다.

사이클, 다이빙, 승마, 카누.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최하위권이었다. 한국 스포츠의 현실을 체감하는 경기였지만 그래도 자랑스러운 이유는 뭘까. 외롭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투혼이 빛났기 때문이다. 한국의 유일한 다이빙 대표 손성철(21)은 남자 3m 스프링보드 예선에서 29명 중 29위를 기록했다. “다른 선수들은 연기를 마치면 박수가 나오는데, 나는 아무 소리도 안 나고 조용하니까 더 긴장됐다.” 올림픽 첫 소감으로 손성철은 ‘외로움’을 토로했다.

사이클 여자 포인트 경기에 출전한 이민혜(23ㆍ서울시청)는 22명 중 도중 실격한 3명의 선수와 함께 19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경기가 끝난 뒤 대여섯 명의 스태프가 장비를 챙기는 유럽 각국의 대표팀 사이에서 사이클과 보조 장비를 옮기는 것은 선수와 감독 딱 둘이었다. 승마 마장마술에 출전한 최준상(30), 카누 여자 카악싱글에 도전한 이순자(30) 역시 각각 46명중 46위, 25명중 23위의 초라한 결과였다. 세계의 벽은 높았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메달권’ 선수들이다. 최준상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개인ㆍ단체전 1위를 했다. 이순자도 2007 아시아선수권 K-2 500m 3위를 기록했다. 앞으로 정부ㆍ민간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계속된다면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선수들이다.

유인촌 장관은 15일 열린 베이징에서 열린 ‘한국인의 밤’ 행사가 끝난 뒤 ‘선수단 가운데 가장 베스트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유 장관은 “우리 선수단이 최선을 다 해 주고 있어 기쁘다. 누구를 베스트로 꼽기 전에 모두 귀중한 메달이다. 우리 선수단 모두가 베스트”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메달 딴 선수나 인기 있는 선수 뿐 아니라 아프고 약하고 뒤쳐져 있는 선수도 모두 귀한 ‘메달’감이다. 어미는 특히 그런 자식들에게 더 관심을 쏟는다.

유 장관의 일정을 관리한 한 관계자는 “주말을 이용하거나 간담회 등 행사가 있는 날에 주요 경기를 보셨다”고 말했다. 산적한 일을 내팽개치고 모든 경기를 관람할 순 없다. 또한 모든 ‘전용 경기장 건립’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유 장관이 ‘조금 약한 아이들’인 사이클, 다이빙, 승마, 카누 경기를 관전하면서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아줬다면 이들의 외로움은 덜하지 않았을까.

이지은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유인촌 장관의 일정을 담당한 부서가 20일 기자에게 보낸 ‘유 장관의 베이징 경기 관람 일정’에서 복싱 플라이급 16강 이옥성 선수의 경기가 빠져있었다”고 21일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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