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각장애인들 인터네트 익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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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우리는 맹인일뿐 컴맹은 아닙니다.』 대구시남구대명동 한국시각장애인 아카데미 대구.경북지회(회장 李敬在)의 3평 남짓한 사무실에선 김현준(40.안마사.대구시수성구두산동)씨 등 9명의시각장애인들이 인터네트 익히기에 빠져 있다.
『「삐익」하는 소리는 대문자입니다.특히 유닉스(Unix)에서는 영어 소.대문자를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강사는 서울에서 온 한국시각장애인복지회 백남중(40.재활부장)씨.시각장애인을 상대로 한 인터네트 강의는 이것이 처음이다.
회장인 李씨와 평소 친분을 맺어오던 白씨가 李씨로부터 『우리도 인터네트에 들어가게 해줄 수 없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것은지난 3월10일.白씨는 『한번 해보자』며 2개월여에 걸친 작업끝에 점자인터네트 설명집을 만들어 대구에 온 것 이다.『바로 지금입니다.링크스(Lynx)라는 말이 들리죠.화살표 키를 누르세요.이것이 바로 웹(Web)의 세계입니다.』『우와!』 시각장애인 탁노균(34.사업.대구시중구내당동)씨는 정상인들만의 세계인줄 알았던 인터네트에 자신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아카데미 대구.경북지회는 92년12월 대학졸업자와 대학에 다니는 시각장애인 25명이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결성했다. 현재 회원은 50여명.시각장애인들이 인터네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음성합성장치가 필요하다.또한 이것을 구동할 보컬아이스(Vocal Eyes)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한글을 읽어주는 국산 「가라사데」 음성합성장치는 인터네트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영어를 제대로 읽을줄 모르기 때문.그래서 이들은 미국산 사운딩보드를 빌려왔다.
정상인들이 보는 단말기 화면을 음성합성장치가 금속성 음으로 읽어준다.
이것만 있으면 정상인들과 조금도 다름없이 인터네트에 들어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대구=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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