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난민천국은 옛말-憲裁,93년발효 망명규제법 合憲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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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난민들에겐 천국 같았던 독일이 금단의 영역으로 변했다.독일 헌법재판소는 14일 난민들에 대한 추방 요건과 규제를 대폭 강화한 난민법이 헌법 정신에 배치되지 않는다며 합헌 판결을 내렸다.이로써 독일정부는 합법적으로 난민을 계속 제한 할 수 있게됐다.이에 따라 유럽연합(EU)및 체코.폴란드등 동구 국가를 거쳐 들어오는 난민은 앞으로도 계속 정착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차대전 후 독일은 기본법에 「정치적 박해를 받는 자는 난민권을 누릴 수 있다」고 명시,나치 독일의 죄과를 보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그 결과 77년 1만명도 채 안됐던 난민 신청자수가 90년에는 19만3천명,92년에는 43 만8천명으로급증했다.난민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비화,각 지방정부는 급증하는 난민수용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됐고 신(新)나치 극우주의자들의 반(反)외국인 테러와 데모도 거세졌다.
「더 이상의 난민은 곤란하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93년 5월 추방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난민법이 개정됐다.개정된 「제3국」조항은 법에 명시된 「안전한 제3국」을 통해 독일로 들어온 난민은 별도 조사를 받지 않고 곧바로 다시 이전 출발지로추방하도록 하고 있다.
또 「출신국」조항은 비교적 정치적 박해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아프리카 가나와 폴란드등 동유럽 6개국 출신 난민은 거부할 수있게 했다.「공항 재판소」를 설치,공항 입국 즉시 현장에서 불법 난민 여부를 가리도록 했다.
그러나 이 난민법은 인권 관계자들의 비난이 증대하면서 헌재의판단을 구하기에 이르렀다.
헌재 판결이 나오자 기민당.사민당등 주요 정당들은 판결에 만족을 표시한 반면 녹색당과 국제사면위원회는 「난민의 기본권 침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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