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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나우지뉴 울린 이 남자 … “내가 마라도나 사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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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외계인’이라 불리는 호나우지뉴도, ‘아르헨티나의 신성’ 리오넬 메시도 아니었다. 베이징 올림픽 남자 축구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172㎝·74㎏의 ‘작은 거인’ 세르히오 아게로(20)다.

19일 오후 베이징 워커스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축구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는 ‘삼바 군단’ 브라질을 3-0으로 무너뜨렸다. 3골이 터지는 순간 모두 아게로가 있었다. 아게로는 후반 6분 앙헬 디마리아의 크로스를 왼쪽 어깨로 밀어 선제골을 뽑아냈다. 7분 뒤에는 오른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오른발 뒤꿈치로 방향을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29분에는 문전을 돌파하며 페널티킥을 유도한 뒤 주장 리켈메에게 슈팅을 양보했다. 해트트릭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맹활약이었다.

아게로는 아르헨티나에서 ‘마라도나의 진정한 후계자’로 각광받고 있다. 우선 키가 작다. 기술이 좋으며, 저돌적인 플레이 스타일도 닮았다. 2003년 아르헨티나 프로무대를 밟은 그는 15세 35일의 나이로 데뷔전을 치르며 마라도나의 최연소 출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7월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서는 팀 우승, 득점왕, 최우수선수(MVP)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07~2008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고 19골을 집어넣었다. 리그 MVP에 해당하는 안토니오 푸에르타상을 받기도 했다.

사생활도 마라도나를 빼닮았다. 아게로는 브라질을 꺾은 뒤 ‘마라도나의 딸과 결혼식을 치르지 않았지만 몇 개월 후 둘 사이에 아기가 태어난다’는 스페인 언론의 보도를 시인했다. 마라도나는 이날 워커스스타디움의 귀빈석에서 자신의 후계자이자 예비 사위의 활약상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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